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모두들 이 영화 한번 보셨나요?

Views 1444 Votes 0 2009.02.11 2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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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랑 부인님께서 친정에 있어서 오래간만에 시간이 나서 오늘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2005년에 나온 영화인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하정우 주연의 용서 받지 못한자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네요...

제가 제 블로그에 쓴 글이라 평어체네요...
모두들 이 영화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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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덮혀져있던 옛 기억들과 대면해야만 했다.
감독은 군대의 모습을 세밀히 그려냄으로써 인간 군상에 대한 모습과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영화는 군대의 모습을 많은 부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곳에서 인정되었던 많은 것들이 표현되어졌다.
뒤에서 폭력을 조장하고 그 것을 위해 폭력을 가했으면서도 내가 너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알지 라는 말로 끝내버림으로써 자신이 한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들,
모든 일에 불합리함을 외치고 그 것을 자기에게 힘이 생기면 고쳐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조금의 위협만 자신에게 닥쳐오면 그 불합리와 함께 하려는 모습들.
폭력자 앞에선 약하지만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 앞에서는 건방져지는 인간의 본성.
이런 수많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감독은 끌어내고 있다.

감독은 대표적인 인간 군상으로 세명의 캐릭터를 내세운다.
첫째는 불합리함을 잘 받아드리고 그 체제에를 유지해나가려는 유태정이다.
그는 군복만 보면 토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여자 앞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군생활을 대단하게 했는가를 말한다.
그는 친구인 승영을 보호하는 것 같지만 뒤로는 그를 압박하도록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한다.
그에게 있어 폭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그 사회에서 그 것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살아가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불합리함에 길들여지도록 교육받고 강요받고 있으며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남의 상처를 감싸안는 것을 배우지 못하였고 남을 밟고 일어서는 법만을 배웠다.
우리 사회는 큰 유태정이 아닌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겐 철저히 복종하는...

둘째는 불함리함을 지적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승영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남들은 왜?라고 묻는 것을 싫어하고 그건 원래 그랬어 라는 대답으로 그것을 하길 원하지만 승영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방패막이가 되어주던 유태정도 제대를 하고 고문관 후임 허지훈의 행동때문에 자신에게 계속되는 피해가 오자 그는 서서히 불합리의 편에 자신도 서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순응해가려 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질적인 성향은 역사적으로도 잘 나타난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아보자고 출발한 공산당 혁명은 결국 또 다른 불합리의 집단이 되어버렸고,
좋은 의도로 시작된 모임들은 결국 또 다른 권력집단으로 변질되어간다.

셋째는 불합리함에 적응하지 못하는 허지훈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고문관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불합리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승영처럼 맞서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저 참고 참고 버겁게 따라가다가 결국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폭력적인 사람에게는 순종적이지만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에게는 태도가 변해간다.
이 세상의 불합리함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저 체념하며 살아가며 그저 오늘 하루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이 세명 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란 말인가? 모두가 가해자이고 모두가 피해자들이다.
인간 군상 자체가 그러하다...그러하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용서할 수도 치료해 줄 수도 없다.

나는 어떤 사람이였을까?
나는 군대에서 유태정과 이승영의 중간적인 사람이였다.
불합리함을 내가 나중에 힘이 있을 때 고쳐보리라고 마음먹었지만 그 위치가 되서는 과거의 나의 경험을 절대화해버리고 불합리와 자신을 합치시켜 나갔다.
나는 후임들에게 이승영 같은 모습으로 많이 다가갔었다. 그러나 나는 지날수록 내가 무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졌으며
결국 승영이 택했던 것 처럼 그들에게 유태정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종용했었다.
나는 군대에서 누구를 한번도 때려 본 적 없지만 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가끔씩 내가 했던 행동들과 말로 상처받았을 그들이 떠오를 때마다 내 마음은 칼로 한줄씩 그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이제 이만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때도 되었는데 그 기억들은 오히려 선명해지며 죄책은 더욱 더 커진다.
이 것이 정말 나였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겠는가....이 것이 인간의 본 모습인것을...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또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감독은 우리의 사회와 우리가 이러하다는 것을 군대란 도구를 빌려 이야기 하고 있다.
남을 눌러서 자신의 안위를 구축하지만 결국 남의 눌림 때문에 자신도 괴로워지는 이 모순...

이 모순에서 놓여지는 구원이 우리 모두에겐 필요하다.
그 구원은 우리 안에서는 발생할 수 없다.
전적으로 밖으로 부터 와야 하는 것일 뿐.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profile

클라라

2009.02.11 23:01:43
*.216.132.150

주희 아빠!! 임마누엘님,
그간 별고 없으셨지요? 
언릉 춘삼월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맘 아시는지요?^^
주희 많이 컸지요?
포겔이던지, 샘터앨범에 올려 주시어요~~
profile

임마누엘

2009.02.12 17:57:56
*.10.141.173

아하하 라라님...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라라님도 잘 지내고 계시죠...
조만간 사진 업데이트 한번 해야겠네요~^^
profile

이방인

2009.02.12 08:56:51
*.118.129.226

영화감상글 잘 읽었습니다.. 임마누엘님의 예민한 도덕적 감수성이 엿보이네요. 글솜씨도 좋으시구요...
profile

임마누엘

2009.02.12 18:00:56
*.10.141.173

이방인님 잘 지내시죠?
저번에 서울 오프에서 뵈었었는데요..
외국에서 지내시느라 많이 불편하시지는 않으신지 모르겠네요...

삶은 예민하게 살지 못하네요^^

봄볕

2009.02.12 20:12:43
*.234.170.35

미처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계에서.. "전설적인 대뷔작"으로 유명한 작품이죠.
보고싶기는 하지만.. 저역시 '불편한 자아와의 조우"가 두려워 망설이는 중입니다.

감독이 최근에 '비스티 보이즈'로 야심차게 상업 영화에 발을 디뎠지만
결과는 많이 아쉬웠죠... 다음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profile

임마누엘

2009.02.13 00:17:47
*.187.234.129

봄볕 전도사님 오랜만이네요~

콰미

2009.02.12 21:18:26
*.54.206.24

종빈이 녀석의 졸작을 말씀하시는군요. 뺀질이 윤종빈 그리고 어리버리함 완전 윤종빈 = 허지훈 ㅎㅎ 그래도 후임 녀석들 말로는 의리 있는 친구라고 하더군요 저는 솔직히 잘 몰랐지요 걍 그 친구를 갈구던 고참 옆에 붙어서 감기 걸린 종빈이에게 콜종빈이란 별명을 붙혀준 얄미운 고참 역할만 했을 뿐 ㅎㅎㅎ
profile

임마누엘

2009.02.13 00:19:52
*.187.234.129

앗...콰미님..혹시 윤종빈 감독과 같이 군생활을??
세상이 좁다는 말이 이런데서 나오는 건가요...
전 이제야 알았습니다...윤종빈 감독이 허지훈 역이였다는걸요....

감독 하게는 안생겼든데...ㅋㅋㅋㅋ

아무튼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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