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잔치는 끝났다.

Views 1201 Votes 0 2009.05.29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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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저는 예전에 보았던 단편 한편이 생각났습니다.
"좀머씨 이야기"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라는 단편입니다.

한 평론가는 젊은 여류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
라고 평가합니다..
결국 그 것때문에 계속 그 여자는 깊이가 없다는 것에 집착하던 나머지 폐인의 삶을 살다가 결국 자살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났더니 그 평론가는 신문에 이렇게 기고 했다고 합니다.
<거듭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사람이 상황을 이겨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을 다 같이 지켜보아야 하다니, 이것은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또 한번 충격적인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관심과 예술적인 분야에서의 사려 깊은 동반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국가 차원의 장려와 개인의 의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결국 비극적 종말의 씨앗은 개인적인 것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소박하게 보이는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 충격적인 분열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인,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자기가 결국 깊이에 대한 강요를 해서 죽여놓고...그 원인을 다른것에서 찾고..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처럼 이야기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도 저 단편작품과 다른것 같지 않습니다..

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난 다음 엄청난 욕을 먹었습니다. 빨갱이에게 투표를 했느니....좌파에게 투표를 했다느니..
그리고 얼마 안지나 탄핵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탄핵에 동조했고 그의 말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평했습니다.
그리고 퇴임 후 박연차 사건이 나오자..그렇게 깨끗한 척하더니 내가 저럴줄 알았다...
이런식의 반응이였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알려지면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더니 모두 자신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난리들입니다.
그가 대통령일 때는 그렇게 관심도 없었고, 그의 정치철학의 무엇이고 무엇을 하려하는지도 관심없었으면서..
카메라만 드리밀면 아주 통곡을 하고 난리를 합니다.
물론 노사모 회원이나 그의 골수 지지자였던 사람들이 그러던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사람들이 그러는걸 보니...전 이 상황을 보며 헛웃음만 나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일을 축제처럼 즐기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받은 스트레스를 해결해보려는 모임같이..
그 일에 대해서...아니 그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어도...거기에 참여해서 즐기고 싶은 군중심리를..
촛불집회도 그랬고 용산참사도 그랬고 장자연 사건도 그렇고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즐기기만 할 뿐입니다. 슬퍼하지만...즐긴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물론...거기에 저도 포함되는 것이겟지요..

요즘 가장 잘 맞는 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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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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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시절을 보며...이런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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