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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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많은 사람의 노리개가 되다
약과 담배에 찌든 상태로 태어났는데
토실토실, 허여멀건, 방실방실. 게다가 고추까지 달고서..
양동 시장 복판에서 세 들어 살고 있었으니(가게가 딸린 단칸방) 그 많은 시장 사람들이
입맞추고 보듬고.. 좀 더 자라서는 타이어 공장 사람들이 아예 공장으로 데리고 가서
하루종일 돌려가면서 놀았으니..
아주 다양한 입 냄새와 땀 냄새에 시달려야 했다.
까칠까칠한 털과 까맣게 변해있는 손으로 내 몸을 쓰다듬을 때는 정말 자지러지게 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우는 모습마저도 이뻐 죽겄다고 더 비비고 난리를 쳤으니.. 아이고 내 팔자야..
(엄마께 들은 것을 적은 것이니 추호의 거짓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가기 싫어도 힘이 없었을 뿐 아니라 과자로 유혹하는데 도저히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고생하면 과자를 품안에 가득 품고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온갖 악취로 인하여 머리가 어지럽고 피부가 상해가는 것 정도야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이쁜 짓을 많이 하면 할수록 얻어지는 것은 더 늘었고
데리고 가는 날도 많아졌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주를 다 부려서 아저씨 아줌마들을 즐겁게 해줘야했다.
이것도 어릴 때 한때이리라. 조금 더 크면 국물도 없을 것이다.
잘 나갈 때 열심히 해서 한 개의 과자라도 더 벌어야지.
난 그렇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그 보들보들한 아기살이 저렇게 단련이 되었군요.
오늘은 출근하면서 눈사람님의 글들이 떠오르더라구요.
엄마의 자궁이라는 단칸방에서 10개월 간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기억하지 못하는데 눈사람님의 엄청난 기억력을 따라가다보니 그렇겠다 싶더군요.
마찬가지로 이세상의 삶을 마감하고 나면 별 기억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 방을 빼느라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뼈가 부서질듯 격었을 고통..
죽음이라는 통로를 빠져나갈 때 기분과도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