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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세수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밤에 자기 전에 합니다. 동물 중에서 사람 외에 이렇게 정기적으로 세수를 하는 동물은 없습니다. 세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기적으로 두 번씩 세수를 합니다. 서로 어울려 살다보니 예의적으로라도 세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왕 이런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내게 되었으니 열심히 세수를 하려고 합니다.
세수를 할 때마다 그 느낌이 참으로 좋습니다. 제 손의 감촉은 여전히 예민합니다. 물의 질감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마, 눈, 코, 뺨, 입술, 턱, 목을 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손과 물과 얼굴이 서로 접촉하면서 살아있다는 사실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주님, 언젠가는 제가 스스로 세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늙게 될 것입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궁극적으로는 세수가 필요 없는 운명으로 떨어질 겁니다.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운명으로. 그런 순간이 오기 전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세수를 하겠습니다. 숨을 쉬듯이, 밥을 먹듯이, 성경을 읽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