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6)

조회 수 2802 추천 수 0 2013.11.15 22:47:54

 

11월15일(금)

 

루터의 95개조 신학논제의 두 번째 주제는 교황무오설이다.

로마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은 잘못이 없는 존재다.

우리 개신교 신자들은 그걸 비판한다.

교황을 신으로 여긴다고 말이다.

교황의 이름으로 진행된 종교재판 중에서

오류로 밝혀진 것들은 수없이 많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은 대표적이다.

로마가톨릭교회도 그런 역사적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교황 무오설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황이 일시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일정한 때가 되면 교정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오류가 없다는 것이다.

 

루터는 로마가톨릭교회가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황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교황(제도)을 악마라고 까지 독설을 퍼부었다.

루터가 종교재판에서 파문당했다는 건 악마로 정죄를 받았다는 건데,

루터는 거꾸로 교황을 악마로 불렀다.

 

루터가 단순히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다.

교황에 대한 문제 제기는

기본적으로 성직과 세속직의 구별을 거부하는 데에 기초한다.

기독교인들의 모든 직업은 소명이라는 차원에서 동일하다.

사제도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았으며

대장장이도 소명을 받은 것뿐이다.

똑같은 소명이라는 모든 직업은 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교황만 오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여기서 루터의 재미있는 신학적 착상을 한 가지 배워야 한다.

그는 당시 로마가톨릭의 사제와 추기경과 교황을 위한 성례를 거부했다.

그런 의식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라

그것을 특별한 것으로,

그래서 사제와 추기경과 교황을 영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보는 걸 거부했다.

루터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세례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사제도 세례교인이고 추기경도 세례교인이고 교황도 세례교인일 뿐이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황이라는 사람을 절대화한다면

개신교회는 성경이라는 책을 절대화한다는 말이 있다.

교황무오설이 잘못이라면

성서무오설도 잘못이다.

이런 말이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것의 신학적 깊이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문제들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오류가 없다고 믿는데서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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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잠자는회색늑대

2013.11.16 13:57:17

 교황무오설과 성서무오설에 대해 깊이 공감이 됩니다.

한시라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잃어 버린다면,

금세 말장난에 놀아나게 될테지요.

예수님을 상대로 수없이 말장난을 했던 성서속에 많은 이들과

또 그런 말장난을 손가락질 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지 않은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것이나 저것이나 우리 마음내키는대로 흘렀다가는 우상숭배와 다를게 하나 없으니

정도가 참 어렵습니다.

.

매주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하는것처럼) 준비해서 전한다고 하지만

도우심 없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

도우심을 바랄뿐입니다.

.

매주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주말 그리고 감사로 차고 넘치는 추수감사주일 되세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3.11.16 18:48:21

 그렇지요.
정도를 찾기도 힘들고
찾았다 해서 가기도 힘들고,
가기 시작했다고 해서 계속 가기는 더 힘들고...
방향만이라도 분명하게 해서
가는데까지 가보는 거지요.
힘내고, 아자!

[레벨:18]르네상스

2013.11.18 11:43:03

한국교회 대부분의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은

"성경이 문자적으로 오류가 있다면 그 게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이냐?

성경에 만약 문자적 오류가 있다면 그럼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란 말이냐?

성경을 문자로 안 읽으면 그럼 어떻게 읽을 건데?"라고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12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떤 보수신학자 분께서는 "진리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언어로 개념화되고 명료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를 벗어난 진리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축자영감설과 성경무오설을

강하게 주장하시는 것을 어느 책을 통해 읽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언어!

글쎄요. 제가 전문 신학자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언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다 담아내는 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인간의 제한된 언어로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한국 보수교회 진영에서는 성경이 문자적으로만 오류가 없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도 오류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성경의 형성 과정과 교회 역사를 보다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얘기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경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라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닌 이상, 무조건 모든 면에서 성경이 오류가 없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네요.

 

한 가지 더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초신자들이나 어린이, 청소년들,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하신 분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 분들은

그냥 성경이 100퍼센트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게

은혜스럽고 영혼이 평안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기보다도 세심한 배려와 그분들 눈높이에 맞는

친절한 설명이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형제 사랑의 실천이기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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