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셸(28)

Views 1977 Votes 1 2014.03.25 22:53:21

 

거듭 말하지만, 기도의 문제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이다. 유대교는 신학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한 하나님이라는 말로 그 사람이 무엇을 뜻하든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현대에 흔히 있었다. 이제 하나님이라는 말로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하나님은 무엇인가? 알맹이가 없는 일반론인가? 하나의 알리바이인가? 우리가 발전시킨 일종의 관념인가? 내가 평생 씨름해 왔던 문제는 그분께 기도할 때 내가 정말로 하나님이라는 말로 무엇을 뜻하는지, 심지어 내가 무엇에 관해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를 아는 일에 성공했는지 하는 문제다. 나는 여전히 내가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을 섬기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어느 철학자가 발전시킨 어떤 용어를 선택해서, 심지어 그 철학 자체가 철학사에서 이미 죽은 지 오래 되었다 해도, 그 철학 용어에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176)

 

헤셸은 관념적인 것을 설명하면서도 아주 명백한 언어와 개념을 사용한다. 대충 지나가는 법이 없다. 어떤 것을 확실하게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하나님 인식이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나님 경험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실하게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거다. 기도 행위도 결국 하나님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그 하나님은 우리의 인식과 경험 안에 다 들어오지 않으나,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그분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그런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과 점점 멀어질 것이다. 하나님이 아니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섬기게 되고 말 것이다. 오늘날 기도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의 영혼에 그려진 하나님 상은 헤셸이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용도 폐기된 어떤 사조나 이데올로기일지 모른다. 어린아이처럼 투정하듯이 하나님께 달라고 매달리니, 그 하나님이 누군지 알만하지 않은가. 하나님을 향한 관심이 아니라 오직 자기에게만 관심을 둔 채 기도하고 있으니, 그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뻔하지 않은가.


beginner

2014.03.26 08:00:19

너무 바쁜 일상이지만 헤셸의 매일 묵상은 안 읽을 수가 없게 만드네요.

감사드리며..

나는 여전히 내가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을 섬기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가슴에 쿵하는 소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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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4.03.26 23:26:10

이 집사님,

헤셸 같은 어른이 글을 남겨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죽비와 같으니

이런 맑은 정신을 잃지 말고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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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2014.03.26 10:51:54

오늘 헤셸의 텍스트 앞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그 하나님은  우리의 인식과 경험 안에

다 들어오지 않으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그런 질문은 포기하는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과 점점 멀어질 것이다.' 

오늘은 이 말씀에 밑줄 그어봅니다.

/ 나는 과연 누구에게 기도한 건가,  내가 '기도'를 한 게 맞나,하는

의구심은 헤셸 랍비께서도 가지셨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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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4.03.26 23:31:25

텍스트에 대한 탁월한 독해력이 있으신 여름비 님이

'좀 어렵다...' 하시니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궁금해지네요.  

유대교는 신학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운운이 그런가요?

신학을 무시하고 율법이나 종교의례만 강조하는

유대교인들을 향한 비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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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2014.03.27 14:09:27

앞에 서너 문장을 여러번 읽었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학이 없다고 주장한다는 게 또 뭘 말하는 건가, 했는데요,

목사님께서 설명해 주셔서 풀렸습니다.

난독증자에게 탁월한 독해력이 있다하시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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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벗

2014.03.26 14:02:07

신앙이 아직 제게 힘든 거 같습니다. 하나님을 알겠다 싶으면 모르겠고, 모르겠다 싶을 때 하나님은 다가오시는 느낌입니다. 숨바꼭질하는 거 같아요. 목사님은 헤셸이 어떤 것을 확실하게 경험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갈길이 먼 저는 가끔 ㅡ 혹은 자주 ㅡ '바른 길로 가는 게 맞긴 할까? 확실하다 생각했던 순간은 뭐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경험했다 생각했던 순간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요. 하나님께서 잘 인도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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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4.03.26 23:34:25

뭔가가 왔다 갔다 하지요?

그러면서 분명한 것에 가까이 가게 될 겁니다.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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