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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교회의 헌금제도가 성령의 일인지 악령의 일인지를 내가 독단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기준은 제시할 수 있다. 헌금제도가 상품 원리로 작동되는지를 보면 된다. 상품 원리는 상품의 내용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해타산에 따른 거래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물론 상품의 내용이 좋아야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만 궁극적으로는 양쪽의 이해타산만 맞으면 거래는 성립된다. 상품의 질이 떨어져도 고객의 구입 심리만 자극할 수 있으면 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헌금의 심리기제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말했다. 두 가지였다. 1) 교회는 복을 수단 삼아 헌금을 유도한다. 신자들은 평소 복에 관심이 많았기에 기꺼이 헌금하거나, 밑져야 본전이니 헌금한다. 2) 교회는 장로로 대표되는 교회의 직분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스펙이 (십일조)헌금이라는 제도를 수단 삼아 헌금을 유도한다. 신자들은 평소에 교회 직분을 동경하고 있었기에 기꺼이 헌금하거나,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헌금한다. 한국교회의 헌금제도가 거룩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품 원리라는 세속적 동기로 작동된다는 의미다.
모든 신자들이 그런 건 아니다. 헌금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신자들도 많다. 그들은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한국교회에 그런 이들은 많지 않다. 이 문제는 단순히 헌금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의 헌금에 대한 생각은 그 사람의 경제 윤리 전반과 연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