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행위 못지않게 중요한 게 헌금의 바른 사용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다. 헌금이 바르게 사용되면 헌금의 동기도 높아질 것이고, 잘못 사용되면 낮아질 것이다. 헌금의 사용 문제도 각 교회가 처한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들다. 교회당을 건축하는 교회는 모든 재정을 거기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런 특별한 경우는 접어놓고 일반적인 경상비 지출에 대해서만 생각을 나눠보자.
큰 틀에서 볼 때 교회 경비는 세 항목이다. 교역자 사례비, 교회 내 살림살이 경비, 교회 밖으로 나가는 경비가 그것이다. 교역자 사례비는 가장 예민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항목이다. 교회마다 들쑥날쑥 한다. 구체적으로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나는 잘 모른다. 기독교 뉴스 보도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로 어림짐작만 할 뿐이다. 큰 교회를 맡은 목사는 사례비도 많이 받고 작은 교회를 맡은 목사는 사례비도 역시 적게 받는다고 보면 된다. 최저생활비도 받지 못하는 목사들이 적지 않다. 30% 이상에 달하는 미자립교회의 재정은 대부분 목회자 사례비로 들어간다. 이런 상태에서는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는 목사들이나 그걸 감당해야 할 교회의 신자들 모두 불편하다. 목사들이 가능한 대로 도시 교회로, 그것도 큰 교회로 자리를 옮기려는 가장 큰 이유는 사례비에 있다.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사례비다. 이것만 해결되면 다른 문제들도 저절로 해결되거나 심각성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참고적으로 로마가톨릭교회는 교구별로 사제들의 월급이 일원화되어 있다. 주교좌성당의 주임 신부나 보좌 신부, 작은 성당의 신부가 똑같은 액수를 받는다. 그들과 우리를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일단 교구제도가 정착되어 있어서 그게 가능하다. 개신교회에도 노회가 있긴 하나 별로 큰 의미가 없다. 사도신경이 말하는 공교회 개념에 따르면 노회가 교회다. 따라서 노회에 속해 있는 모든 교회는 동일한 지체다. 따라서 노회에 속해 있는 모든 목사들은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노회, 또는 총회가 가톨릭의 교구처럼 운용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다른 건 몰라도 사례비 부분만이라도 공교회의 정신을 살리는 쪽으로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