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포도주
성찬식에 필요한 물품은 빵과 포도주다. 그것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먹을거리다. 이 두 가지만으로 우리가 만족할 수 있다면, 즉 생존 자체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삶이 새로운 빛을 낼 것이다. 나는 성찬식을 거행하면서 성찬식에 따른 공식적인 예전문을 읽은 뒤에 빵과 포도주를 각각 들고 다음과 같은 자유로운 멘트를 전한다. 경우에 따라서 조금씩 변형되는데, 기본적인 틀은 같다.
성도 여러분, 여기 빵이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놀라운 사실입니까? 없는 게 아니라 ‘있다.’는 것은 창조 사건과 버금갈 정도로 대단한 일입니다. 이 빵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밀이 자라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물과 탄소와 태양빛이 작용하여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알맹이가 맺혔습니다. 우리가 자고 있을 때도 밀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주의 힘이 여기에 신비한 방식으로 작용했습니다. 언덕에서 자란 밀이 여러 사람의 손을 통해서 이렇게 빵이 되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빵을 먹지 못할 순간이 곧 닥칠 겁니다. 지구가 생태적 균형을 잃거나 우리가 죽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우리는 여기 있는 빵을 예수님의 몸으로 믿고 받습니다.
성도 여러분, 여기 포도주가 있습니다. 빵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입니다. 액체이고 붉은 색입니다. 이 포도주도 역시 온 우주의 힘이 작용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지구에 액체가 존재한다는 것도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색깔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은 지구라는 행성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포도나무가 어떻게 포도를 맺고, 그것이 어떻게 자라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포도주가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득합니다. 수많은 박테리아도 이 사건에 참여했을 겁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의 천사들도 참여했을 겁니다. 우리는 여기 있는 이 포도주를 예수님의 피로, 즉 하나님의 피로 믿고 받습니다. 모두 기쁨으로 성찬에 참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