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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와 교회
교회 재정의 40% 정도는 교회 밖으로 돌리는 게 좋다는 주장이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교회가 구제 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건 아니다. 교회가 구제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식으로 말해서 복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가의 책임이지 교회의 책임이 아니다. 교회는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경우에 상징적으로 복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교회는 복지 문제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국가로 하여금 그 책임을 떠맡을 수 있도록 감시하고 충고하고 경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교회는 남북화해와 평화를 줄기차게 외치고 이를 위한 행동을 펼쳐야 한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무의미하게 사용하는 정부에 대한 선지자적 비판은 전혀 하지 못하면서 교회가 직접 구제와 복지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교회 본연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국방비의 10%를 줄여 그 재정을 복지에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하는 일은 하나님 나라를 희망하는 기독교인들의 정당한 현실 참여다.
문제는 교회가 현실에 참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회 재정을 이기적으로 사용한다는 데에 있다. 교회 밖 지출에 40% 이상을 사용하자는 말은 교회를 구제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게 아니라 교회가 세상을 위한 존재라는 신학적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