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의 여운

 

위에서 열거된 항목들의 중심에는 여운이 있다. 시에는 늘 여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목사의 설교 행위에 그대로 적용된다. 여운은 어떤 일이나 사람이 떠난 뒤에 남아 있는 느낌을 가리킨다. 그림이나 영화에도 잔상(殘像)이 있고, 연주회에도 여음(餘音)이 있다. 여운, 잔상, 여음이야말로 리얼리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에서 여운이 있는 설교를 만나기가 어렵다. 독단적인 설교가 일반적이다. 더 나가서 폭력적인 경우도 많다. 그건 설교자의 잘못 이전에 기독교의 가르침 자체가 보기에 따라서 독단적(dogmatic)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신다. 인간이 죄를 지었다. 하나님이 외아들을 보내셨다. 그를 믿는 사람은 구원받는다. 이런 명제를 사람들이 확신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면 독단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게 하면 실패한 설교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도그마(dogma)가 독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개방적이고 유연하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완벽한 이념이나 체계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기독교 교리가 형성되던 시대의 교부들은 당시의 시대정신이었던 헬라철학과의 대화를 계속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영향을 주고받았다. 진리에 대해서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는 말이다. 그런 태도가 없었다면 오늘의 기독교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설교가 독단에 떨어졌다는 건 교회 전통에도 위배되는 현상이다.

  

여운이 있는 설교는 어떤 것일까? 이런 설교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딱 떨어지는 대답을 내가 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신학적으로 어떤 사태를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하겠다. 인간인 설교자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성령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성령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설교자의 태도가 바로 여운을 일으킨다. 설교자가 은혜까지 끼치려고 월권을 행사하면 여운은 사라지고 독단만 남게 된다. 여운이 있는 설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설교의 울림이 계속 남는다. 2) 그러나 뭔가 끝나지 않은 거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3) 성서와 기독교의 세계를 더 알고 싶어진다. 4) 그래서 질문이 이어진다. 5) 마음이 따뜻해지고, 차분해진다. 6) 다음 설교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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