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영원

 

우리는 하나님이 사물들처럼 일시적인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옳은 말이다. 성경도 그렇게 말한다. 그게 피조물과 창조주의 본질적인 차이다. 문제는 우리가 영원하다고 말하는 그것 자체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보통 우리는 영원을 끝없는 것, 즉 무한(endlessness, limitlessness, infinite)이라고 말한다. 끝이 없다고 할 때, 여기서 끝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을 전제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우리는 영원을 유한이라는 상대개념으로만 말할 뿐이지 더 이상은 알 수 없다.

 

약간 다른 각도에서 영원 개념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설교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사실을 전하면서 신자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교회와 세상을 위해 죽도록 충성하게 만든다. 천국에서 우리가 영원히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생각해보자. 영원히 맛난 음식을 먹고, 영원히 노래하고 춤추며,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고 사는 걸까? 똑같은 것의 반복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루하게 된다. 내가 1980년대 초 독일 유학을 갔을 때 아주 값싸게 바나나를 먹을 수 있었다. 그전에 한국에서 살던 30년 동안 바나나를 먹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탓인지 자주 바나나를 사먹었다. 그런 경험도 일시적이다. 똑같은 것이 반복되면 식상하게 된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그게 바로 지옥이 아닐는지. 지금 나는 천국이 영원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유한의 세상에 던져진 우리에게 영원은 상대개념으로 자리하고 있을 뿐이지 그 실질은 가려져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다. 즉 우리는 영원이 무엇인지 모른다

 

성서가 말하는 영원 개념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따라가려면 지금 우리가 여기 지구에서 경험하는 시간 개념을 일단 극복해야만 한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 들은풍월 정도로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한 마디 한다면, 물체의 이동 속도에 따라서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속도의 기준은 빛이다. 빛보다 빠른 물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게 실제로 가능한 건지 그냥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도 강의 흐름과 같이 불가역이기 때문이다. 신문지를 불에 태워 남은 재를 다시 원래의 신문지로 돌릴 수 없는 거와 같다. 어쨌든지 이론상으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모양이다. 즉 시간도 상대적이라는 말이 된다. 이걸 전제할 때 영원은 단순히 시간이 무한정 확장되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


staytrue

2014.08.28 10:32:31

'우리는 영원이 무엇인지 모른다' 는 말은

칸트의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인가요??


기억이 잘 안나 지금 찾아보니 '시간은 대상 자신에 속해 있지 않고 대상을 직관하는 주관에만 속해 있는 것이다.'

라고 했네요 .. 결국 시간은 선험적이고 주관적인 직관형식이라 실재 대상에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 자체 여부는 인간이 알 수 없다는 소리 같은데요 ..


여기에, 아인슈타인이 나오니 또 헷갈리네요 ..


다만, 제 경험에 너무 영원을 찾는 건 아닌가, 말씀하신대로 시간의 질이 중요한 것은 아닌가 ...


어제는 제 와이프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데,

'나는 당신만 있으면 째지게 좋소.' 라는 박노해님의 싯구절이 생각나더군요 ...


제가 지금 영원을 살고 있는 거 아닐까요? 째지게 좋으니까 ... ^^

profile

정용섭

2014.08.28 23:13:09

ㅎㅎ 부인을 엄청 사랑하시는군요.

좋습니다.

칸트의 물자체 개념을 잘 몰라서

말씀드릴 게 없군요.

하여튼 이 대목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님과 그의 생명과 구원 등을 이해하는데

철학적인 시간 개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466 목사공부(124)- 역사철학 공부 [4] Aug 30, 2014 1847
3465 목사공부(123)- 고미숙과 강신주 [4] Aug 29, 2014 3191
3464 목사공부(122)- 창조와 세상 [2] Aug 28, 2014 1752
3463 목사공부(121)- 존재와 무 [2] Aug 27, 2014 1906
» 목사공부(120)- 시간과 영원 [2] Aug 26, 2014 2006
3461 목사공부(119)- 하나님과 존재 Aug 25, 2014 1761
3460 목사공부(118)- 현실적인 것에 대해 Aug 23, 2014 1689
3459 목사공부(117)- 신학과 철학 [8] Aug 22, 2014 2319
3458 목사공부(116)- 철학공부 [2] Aug 21, 2014 1794
3457 목사공부(115)- 기술이냐, 도냐 Aug 20, 2014 1995
3456 목사공부(114)- 시의 계시 성격 [1] Aug 19, 2014 1652
3455 목사공부(113)- 상상력 Aug 18, 2014 1441
3454 목사공부(112)- '시적인 것'의 탐색 Aug 16, 2014 1637
3453 목사공부(111)- 목사의 고독한 영혼 [4] Aug 15, 2014 1815
3452 목사공부(110)- 고독한 혼 [7] Aug 14, 2014 1904
3451 목사공부(109)- 설교의 여운 Aug 13, 2014 2068
3450 목사공부(108)- 시의 여운 [2] Aug 12, 2014 1630
3449 목사공부(107)- 시의 본질 추구 Aug 11, 2014 1563
3448 목사공부(106)- 영혼의 거품 Aug 09, 2014 1685
3447 목사공부(105)- 영혼의 빈곤 [4] Aug 08, 2014 2043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