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블랙홀

Views 1569 Votes 0 2015.11.21 21:55:05

1121

삶의 블랙홀

 

블랙홀이란 단어가 설교 마무리 부분에서 스치듯이 나왔다. 묵시적 대파국을 당하지 않아서 우리들의 삶이 겉으로는 밝은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블랙홀처럼 어둡다는 뜻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일상만 보아도 이게 분명하다. 지난 1113일 금요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나서 백 수십 명이 죽었고, 더 많은 이들이 중상을 입었다. 간발의 차이로 운명이 바뀐 이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런 방식으로 운명이 바뀌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깜깜하고 아득하고, 그래서 블랙홀과 같다.

지금의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게 된 데에는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 더 크게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공룡이 멸종했기 때문에 인간 종이 출현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지질학적 대변혁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앞으로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서 인간 종이 멸절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일은 우리에게 블랙홀과 같다. 우주와 역사의 흐름은 우리의 모든 생각과 판단을 초월한다.

내 책상 위에는 컴퓨터를 비롯해서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널려 있다. 책과 책받침 대, 연필꽂이와 찻잔 등등, 책상 위가 늘 뭔가로 가득하다. 그것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신비 그 자체다. 자주 말했듯이 설교문을 출력한 A4 용지만 해도 그렇다. 저 용지가 내 책상 위에 놓이게 된 긴 여정을 추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종이의 궁극적인 미래도 나에게는 미궁일 뿐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블랙홀에 빠져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staytrue

2015.11.24 16:46:04

인간의 출현까지도 우연이라고 보신다는 것이 좀 놀랍습니다. 

일반적으로 목사님들에게서 듣기 힘든 이야긴데요 ㅎㅎ

말씀하시는 '우연' 과 '하나님의 섭리' 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건가요?

profile

정용섭

2015.11.24 21:59:30

예, 우연은 주사위를 던진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다는 뜻이에요.

우연이 없다면 세상은 기계에 불과하겠지요?

하나님의 섭리와 의지가 우리에게는 우연으로 경험되는 겁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다.

우연이 곧 하나님의 섭리다.

은나라

2016.05.04 14:51:15

이제 알았어요..ㅎㅎ

십자가 사건이 우연이라고 하신이유를..

하나님의 섭리와 의지인 십자가 사건이 우리에게는 우연으로 경험된다는 말씀임을..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우연은.. 우리 생각을 뛰어넘는다는 뜻이었군요?


profile

정용섭

2016.05.04 22:13:56

은나라 님이 다비아에서

이렇게 대글을 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10년 전에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요.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866 Agnus Dei [1] Dec 10, 2015 58229
3865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2] Dec 09, 2015 1513
3864 허공으로의 투신 Dec 08, 2015 1121
3863 신앙적 화두 Dec 07, 2015 1110
3862 대림절(6) Dec 05, 2015 1250
3861 대림절(5) [3] Dec 04, 2015 1264
3860 대림절(4) [2] Dec 03, 2015 1653
3859 대림절(3) [2] Dec 02, 2015 1086
3858 대림절(2) [4] Dec 01, 2015 1339
3857 대림절(1) [6] Nov 30, 2015 1739
3856 안심하라 Nov 28, 2015 1292
3855 알파와 오메가 Nov 27, 2015 1434
3854 모두 같다 [6] Nov 26, 2015 1642
3853 일상의 범람 Nov 25, 2015 1575
3852 성서문자주의 [4] Nov 24, 2015 1579
3851 요한계시록 Nov 23, 2015 1200
» 삶의 블랙홀 [4] Nov 21, 2015 1569
3849 마지막 식사 Nov 20, 2015 1408
3848 창백한 푸른 점 Nov 19, 2015 1329
3847 묵시적 대파국 이후 [3] Nov 18, 2015 1314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