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6일
모두 같다
설교 끝부분에서 요한계시록이 전혀 새로운 언어로 전혀 새로운 세상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으면서 상대적으로 이 세상의 일이나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사람은 그의 신분이나 재산 정도에 따라서 크게 달라 보이는 거 같아도 근본에서는 모두 같다는 뜻이다. 그게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두 알고 있고, 또 반복되는 이야기겠지만 미심쩍어하는 분들을 위해서 보충 설명을 해야겠다. 세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겠다.
1) 모든 사람이 먹고 배설하고 숨을 쉬어야 한다. 예외는 없다. 조 단위의 부자나 노숙자가 똑같다. 참으로 엄중한 사실이다. 이렇게 우리는 똑같은 조건으로 세계-내-존재로 살아간다.
2) 롯데 월드 타워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당연히 거절하겠다. 일단 받아놓고 그걸 좋은 데 쓰면 되지 않느냐, 하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게 그렇지 않다. 일단 그런 엄청난 재물을 소유하게 되면 거기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아예 그런 사태에 빠지지 않는 게 좋다. 내 삶을 왜 그런 건물과 재물을 관리하는 데 소비하겠는가.
3) 대형교회 담임 목사 자리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당연히 거절하겠다. 일단 그 자리에 가서 목회를 개혁적으로 하면 여러모로 좋은 거 아니냐, 하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게 그렇지 않다. 일단 그런 대형교회 조직에 들어가면 개혁적인 목회는 불가능하고, 대형교회의 메커니즘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아예 그런 사태에 빠지지 않는 게 좋다. 내 삶을 왜 그런 대형교회를 관리하는 데 소비하겠는가.
위의 세 가지 예가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같다. 겉으로 보이는 차이는 별로 큰 게 아니다. 결정적인 것에는 차이가 없다. 예를 더 들 수 있다. 하루살이와 코끼리는 무게가 같다. 티코를 타나 벤츠를 타나, 또는 걸어 다니나 차이가 없다. 다시 목회만 보자.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하고, 공동체를 섬기는 일에서는 큰 교회에서 일을 하나 작은 교회에서 일을 하나 똑같다. 목회의 근본이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똑같다면 일이 많지 않아 편한 목회 자리인 작은 교회에서 활동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이 대목에서 사례비의 많고 적음을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적인 관점에서는 이기적으로 사는 게 옳다. 마르다도 필요하지만 나는 마리아처럼 살겠다.
솔직히, 롯데월드 타워를 마다하다니요 ... ㅎㅎ
그런데 사실,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목사님 글들을 많이 보다 보니, 목사님이 좀 보이는 듯도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도 좀 보이는 듯도 합니다.
불금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