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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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월 31일), 보령의 '들꽃마당 시온교회'에 다녀왔습니다. 김영진 목사님이 바쁘신 가운데도 그 지역의 도서관들을 보여주셨습니다. 목사님께서 저보다도 더 많이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책만 보내드리면 되는데, 목사님은 정말 여러가지를 고민하시고 계십니다. 괜히 저희가 목사님의 짐만 더 무겁게 한게 아닌가 하는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목사님은 또 그곳에서 선각자의 정신을 가지고 수십 년 동안 노력에 노력을 쌓아 농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자리잡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점심으론 시원한 물냉면도 먹었습니다.
김영진 목사님과 몇 시간 동안 같이 다니며 얘기 듣고 말씀 드린 뒤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4월에 왔을 때 목사님이 안내해주셨던 바닷가에 잠시 들렀습니다. 수평선으론 해무가 제법 짙게 끼어 있습니다. 바닷가의 방파제에 올라 끝까지 걸어갔습니다. 마침 썰물이어서 바닷물이 조심스럽게 퇴각하고 있습니다. 방파제엔 밀물 때 바닷물이 어느 정도 높이로 들어오는지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방파제도, 바닷물의 흔적도 생각보다 꽤 높습니다.
바다 저 뒤쪽으로, 해무 속에서 섬들이, 앞뒤로, 옆으로 보입니다. 흐릿해서, 잘 보이진 않는 섬들. 당신의 나라 같습니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바다와 해무와 섬들을 바라보며 담배 몇 개피를 피웠습니다. 거의 이십 년 만에 다시 피우고 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군요. 원통하고 억울해서, 도저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당신과 대판 싸우고 싶고, 악다구니를 벌이고 싶었습니다. 나를 죽이라고, 내 새끼를 잡아갔으니, 나도 데려가라고... 문득 바닷물이 보입니다. 순간 뛰어들자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게 더 서러웠습니다.
살지도 못하겠고, 죽지도 못하겠더군요.
바다를 바라보며, 소리질렀습니다. 도희야, 엄청 사랑해, 아빠 딸 도희를, 아빠는 아빠의 영혼보다 더 사랑해...
다비안들께, 온마음을 다해, 사과드립니다. 도희는, 그 육신은 저희의 자식이지만, 어느덧 그 영혼은 다비안들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제가 망각했습니다. 깊은 슬픔에 빠져, 순간적으로 뭔가 악한 영에 사로잡힌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도희를 위해 계속 기도해 주시길, 온마음을 다해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친딸 도희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짧게 거닐다 엄마아빠 곁을 떠난, 너무도 불쌍하고 너무나도 많은, '도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도희들'을 보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옥살이를 하고 있는 '저희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에 대한 어떠한 질책, 충고도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저희가 감당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몰려있을 때, 도희를 위해 함께 울어주시고 기도해주신 그 마음들을, 제가 어떻게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6월 28일 목요일, 오전 11시, '들꽃마당 김도희 도서관'의 개관 예배에, 사랑하는 다비안들을 모십니다. 자세한 말씀은, 내일이나 모레쯤 안내글을 다시 올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dh-
지금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계신 아버지 옆에서 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 할 수 있겠 습니까? 어떤 충고도 받아 드리신다고 하셨죠? 저도 자식이 있는 아버지로서 한말 씀 드립니다. 20십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신다고요? 딸을 위해서인가요? 자신을 위해서인가요? 그렇게 괴로워 하시는 모습을 딸아이가 보고 있을겁니다. 그 심정이 헤아려지시나요? 도서관을 준비하는것도 딸아이를 생각해서 입니까? 본인의 위로를 위해서 입니까? 그 어떤걸 하는것보다 아버지가 고통에서 벗어나는것이 딸아이 를 위해 할 수있는 최선일 겁니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 기원해 봅니다.
호미님! 감사합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요! 5월25일 쓰러지셨는데 앞이 캄캄했습니다. 지금은 좀 진정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 기저귀 한번 안 갈아주고, 목욕한번 안 시켜주고, 우유한번 안 먹이고 방치 하셨다는데 제가 지금 아버지 기저귀를 갈고 있습니다. 목욕을 시켜드리고 밥을 먹여드리고 있네요! 보고 자란 것이 밥상둘러 엎는거였는데... 원망이 연민이 되었습니다. 운명인가요? 이런 것이? 10살 때 객지에 나와 고생고생해서 이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데...
주위에서 교회생활을 잘 못해서 벌 받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사인을 주시는 거라네요. 어떻게 기독교인이 이지경이 되었는지...
저도 사인인 것은 알겠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십니다. 네가 내이름으로 기도할 수 있느냐? 물으십니다.
도희 아버님 힘내십시요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