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참된 시인이라?

Views 2176 Votes 1 2013.02.27 07: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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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윤구병 선생님의 "잡초는 없다"라는 책일 읽고 있습니다.

철학을 가르친 대학교수가 50살이 되어 교수직을 그만두고 변산에서 몇 가정과 공동체와 학교를

일구며 농사를 짓고 있는 분입니다.

일전에 손석희 시선집중에서 인터뷰하는 내용을 들은적이 있는데

자기 형제들이 총 9명인데 부모님께서 일병에서 구병까지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에 형제들은 모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잡초는 없다"  대목 중에 참된 시인이란?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변산 가는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시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시인이란 무엇일까? 시인은 낡은 말과 글의 굳어져버린 껍질을 깨고, 말과 글, 그리고 거기에 비친

생각과 느낌의 결을 드러내고, 그 생각과 느낌을 뒷받침하는 삶의 새순을 키워내는 사람이다.

죽어버린 말과 글의 질서에 매달려 예쁜 시어로 꾸미거나 하는 사람은 참 시인이 아니다.

참 시인은, 비유하자면 운수 행각을 하는 떠돌이 중이나 제대로 농사짓는 농부와 같은 사람이다.

운수 행각을 하는 중들은 이틀밤을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느다.  벌써 하룻밤을 지나면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

낯익은 것으로 바뀌어 있고, 그렇게 되면 주변 사물에 관심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늘 낯선 것 사이에서 온몸과 마음을 활줄처럼 팽팽하게 긴장시켜 주위의 모든 것에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여 접촉하는 자세, 새롭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늘 자신을 내던지는 것,

그렇게 해서 온몸과 가슴이 새로움으로 가득차게 함, 이것이 길 걷는 사람의 마음가짐이고 시인의 눈이다.

 

삶은 늘 새로운 것이다.  낯익은 것, 편안한 것, 익숙한 것이 생겨난다는 것은 머문다는 것,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느슨해진다는 것, 타성에 젖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죽음에 길든다는 것이다.  어린애의 눈은 늘 호기심에 가득차다.

살아 있다. 이 눈을 가져야 시인이 될 수 있다.  늘 새로운 느낌,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사람이 시인이다.

참 농사꾼도 마찬가지다. 진짜 중도 마찬가지고....그런데 이 깨우침의 노래는 낡은 말과 글의 질서 속에서 말뜻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고, 우리가 알고 있는 논리나 사고나 느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순과 표현으로 가득차 있다.

 

삶의 흐름이란 그런 것이다.

순간 순간 비약이고 창조이다.  이미 만들어진 어떤 그물로도 그 살아뛰는 고기는 건져올릴 수 없다.

사랑이 삶의 궁극 표현인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세상은 사랑이 없는 사람의 눈에 비치는

세상과 딴판이기 때문이다.  낯설게 만들기, 낯선 세상 속으로 나그네로 살아가기,

끊임없이 사랑 속으로 일을 놀이로 만들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와 고통을 온 가슴으로 끌안기.

<74-75>

 

아, 오늘 하늘도 새로운 느낌,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로

힘차게 출발해야 겠다.

오늘을 산다는 것이 말할수 없는 축복의 시간인을 고백하는 하루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이들과 남해 금산에 산행하기고 했네요..아이들이 산에 가는 재미를 느낀 모양입니다.
 

 

2013.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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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옹달샘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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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2013.02.27 10:04:01
*.68.193.126

"잡초는 없다" 네 말그대로 이세상에 잡초는 없어요
다 이름이 있어요 이름이 없는 존재자를 만나거든 이름을 붙여주세요.
산책을 다니면서 제가 만나는 식물들 곤충들 새들 나무들 정말 아는게
몇가지 없더라구요. 핸폰으로 사진을 찍어 가지고 돌아와 식물도감을,
인터넷을 뒤져서 이름도 알아가고 특성도 알아가고
다음번에 그들을 만났을 때 느낌이 다름니다. 요즘 겨울에는 쌍안경을 갖고 다닙니다.
새들을 주로 관찰하고 그들과의 만남을 시도해 보는데 내겐 너무 먼 당신!

아이들이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네요.
우리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요즈음 아이들이 나이가 점점 낮아진다고 하드라구요 에전에 미운 일곱살 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미운 세살이라나요.
오늘도 좋은 만남 많이 가지시고 행복한 시간되세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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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3.02.27 22:30:14
*.154.137.51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남해의 푸른 바다가 더할나위 없이 맑고 깨끗했습니다.
아이들과 남해 금산 산행하고
상수해수욕장에서 모래백사장을 뛰어다니며 즐겁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요즘 엄마보다 아빠를 좀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ㅎㅎ
아내가 몸이 좋지 못해 못 놀아주니깐.
제가 아이들데리고 밖으로 싸돌아 다니거든요..
이것도 재미 있는 일이네요..

그렇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 시선으로 아무 차별없이 사물을 보려고 해요
선입견 없이...
다시 아이로 태어나야 할 것 같아요...ㅎㅎ

삶의 과제

2013.02.27 10:52:01
*.230.166.21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달팽이님의 글을 읽으니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창세기 12:1)'.
라는 창세기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익숙한 것과의 작별, 그리고 맞이하는 낯설음의 세계가 기독교 영성인 것 같습니다..
이 아침 좋은 글을 읽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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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3.02.27 22:34:55
*.154.137.51

어제 산청도서관에서 꼼짝하지 않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역시 책이 스승이다는 것을 새삼 느껴지게 되더군요..
감사할 따름이죠.
타성에 젖는 삶에서 생명의 충만한 삶으로 저도 늘 살아가려고
흉내를 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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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3.02.27 20:59:42
*.34.116.82

저도 잘 읽었습니다.
윤구병선생님의 글은 아무리 읽어도 물리지가 않아요.
그 분 삶자체가 시란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그렇군요. "시인은 삶의 새순을 키워가는 사람"이군요.

이제부터 달팽이님은
<시인과 농부>로 사시게 되겠네요.
부럽습니다.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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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3.02.27 22:38:08
*.154.137.51

윤구병 선생님은 철학을 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삶에도 철학이 몸에 배여 있는 삶을 사신 분 같습니다.
역시 언행의 일치겠죠..
온몸으로 자신의 삶을 증거하는 거죠..
50대 나이에 팔에 알통이 베기도록
열심히 일하고 철저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저에게도 많은 힘을 얻게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작은 등불입니다.

송현곤

2013.05.09 09:50:36
*.162.195.154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가슴 찡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profile

달팽이

2013.05.09 13:01:59
*.154.137.51

반갑습니다.
저는 지리산 자락 산청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답니다.
음~남성과 여성의 중간쯤  중성이라 할까요..ㅎ
세아이의 아빠이고요.
지금 시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혹시 지리산 오실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시골에서 좋은 책의 스승들을 발견하고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송현곤

2013.05.10 11:28:12
*.162.195.154

진짜 연락드립니다....^^
글이 저한텐 조금 어렵긴 하지만 가까스로 이해갑니다. 참 좋네요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는 편인데 지리산 차례는 좀 걸릴거 같긴하니 긴장 놓으세요 ㅎㅎ

profile

달팽이

2013.05.10 20:42:06
*.154.137.51

네, 지리산 가까이 오시며
연락주세요.. 지리산의 넓고 포근한 품으로 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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