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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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만나면, 어른들은 흔히 이렇게 질문합니다.
“너 공부 잘하니”
그러면 아이들은 한결 같이 공부를 못 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것은 상위권 아이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경쟁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올라가도 그 위에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니
그런 대답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학교에서 하는 학과목에 한정시키고 있으니 또한 당연합니다.
저는 세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모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홈스쿨을 시작했습니다.
첫 아이 예슬이가 올해로 스무살이니 홈스쿨 7년차가 되는군요.
홈스쿨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도 어떻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공교육에서 하는 공부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홈스쿨을 생각하고 있으니 그 질문 또한 당연합니다.
우리도 처음 홈스쿨을 시작하면서 이런 관념의 틀을 벗어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홈스쿨을 하기전,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수영을 이론적으로 많이 공부했다가 깊은 물에 빠진 기분, 딱 그것이었습니다.
그럼, 공부는 무엇일까요?
올해로 16살인 아들 수연이는 요즘 ‘
『서양음악사』<피타고라스부터 재즈까지> - 민은기 지음’ 라는 책을 읽고있습니다.
음악에 관심을 가진 아들을 위해 아빠가 추천해준 책입니다.
책을 읽고 있는 수연이의 눈빛에 흥미로 가득한 빛이 납니다.
“수연아, 책 재밌어?”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네, 정말 재밌어요.” 책을 읽고 있는 눈빛이 말하던 바로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곡을 하면서 여러 가지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화성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빠가 처음 수연이에게 내민 것은 학원이 아니라 책이었습니다.
혼자서 어려운 화성학 책을 붙들고 공부하는 아들의 갈증이 극에 다다랐을 즈음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씩 아빠와 아들은 함께 화성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갈증이 깊었으니 당연히 시원하겠지요.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열려나갈지 우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돈도 안 되는 직업이라는 어른들의 피드백으로
부모에게 내색조차 하지 않고 꿈을 접었던 수연이.
위풍당당 행진곡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앞에
‘내가 음악을 해야 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감동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수연이는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위해 음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글쟁이 큰딸 예슬이는, 요즘 자연이 주는 감성에 푹 빠져있습니다.
아침산책을 빼놓지 않는 예슬이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마을길을 돌며 풍성한 글감을 채워갑니다.
홈스쿨을 시작하면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인문학적 훈련들이
글쓰기를 좋아하는 예슬이 에게는 철학과 신학에까지 관심을 열도록 해 주었고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그 책읽기가 자신의 글에, 삶에 중요한 모토가 되어줍니다.
예슬이는 자신의 글을 통해, 세상 앞에 작은 ‘느낌표’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일인 출판사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유명작가는 아니지만 세상을 밝게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출판사가 되고 싶다 말합니다.
제과 제빵을 하는 파티쉐 둘째 딸 예신이는 올해로 열 여덟살입니다.
처음 제과 제빵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화학적 첨가물을 일체 넣지 않고 자연이 주는 친환경 재료로 생명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 허락하겠다고 했습니다.
예신이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이 애쓰고 노력했습니다.
베이킹 파우더 조금이면 될 일을,
거친 질감의 통밀가루와 친환경 소재만으로 모양과 식감을 살려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약간의 화학적 첨가물이면 색도 향도 맛도 살아나는 것을 포기하기란, 어린 예신이로서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애써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예신이는 국가가 인정하는 제과, 제빵 기능사입니다.
자신의 꿈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커피공부도 했습니다.
요즘은, 4월에 있을 검정고시 준비가 한창이라 또 다른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이 과학, 혹은 수학 영재가 아닌지, 진로를 바꾸어야 하는 건 아닌지를 의심합니다. 하하하 ^^
바보 엄마는, 내가 과학 영재를 낳은게 틀림없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무엇에 꽂히면 끝장을 보고야마는 예신이는 바리스타며 파티쉐로써의 자신의 삶을 사랑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꿈이 더 멋지거나, 더 소중하거나, 더 가치 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세 아이 모두,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창조의 목적성을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꿈을 꾸지만, 같은 열정을 쏟고, 그 꿈이 지향하는 방향은 ‘생명살림’에 있습니다.
세 아이는 서로의 꿈을 존중하며 사랑합니다.
누구의 꿈 앞에 주눅들거나, 자신의 것에 오만하지 않습니다.
겸손하지만, 당당합니다.
무엇이 공부입니까?
어떤 것이 공부가 아닙니까?
공부를 수능에 나오는 학과에 한정하는 한,
이 시대의 교육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없는 ‘현실’이라는 말로 너무 많은 가능성을 닫아버립니다.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아이들을 동일한 통속에 넣고 각을 뜨고 있는 것입니다.
학과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성적이 아까워 꿈을 포기해야하고,
학과성적이 나쁜 아이들은 성적이 안 나와서 꿈을 포기해야 합니다.
조금만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본다면 길은 보입니다.
모든 사람은 창조의 목적성이 있습니다.
내가 언제 가슴이 떨리는지 알아차리며 그 길을 열어가는 삶은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런 가슴 떨림으로 자신의 삶을 역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꿈 꾸어 봅니다.
하루님과 김형태 목사님을 잘 알지 못하지만,
아마 자녀들이 부모님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