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간(3)- 1939년의 일

조회 수 2304 추천 수 2 2010.05.06 23:31:47

 

자네는 내가 1939년에 미국에서 독일로 돌아오고, 그것으로 인해서 벌어진 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후회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야. 그때의 귀국은 아주 분명히 최선의 양심에 의해서 행해진 거다. 나는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은, 개인적이든 일반적이든 상관없이 내 생애에서 지우려고 하지 않아. 지금 내가 감옥에 있는 것도 내가 결단해서 독일의 운명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과거의 일에 대해서 아무런 가책 없이 현재의 일을 받아들이지. 다만 나는 인간적으로 혼란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우리는 확신을 품고 신앙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어. 나는 방금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었다. “그대의 감방을 충실히 지켜라. 그러면 그 감방이 너를 지키리라.” 하나님, 우리를 신앙 속에서 지켜 주옵소서.(1943년 12월22일)

    

     본회퍼는 위대한 신학자라기보다는 위대한 순교자로 이름이 알려져 있소. 물론 그를 위대한 신학자라고 해도 잘못은 아니오. 그의 비종교화 작업은 현대신학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소. 기독교 신앙을 일반적인 종교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오. 소외, 죽음에 대한 두려움, 질병 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본성을 가리켜 종교성이라고 할 수 있소. 본회퍼는 기독교 복음을 그런 삶의 주변이 아니라 삶의 중심에 관계되는 것으로 말하고 있소. 그의 신학은 세속화신학, 해방신학, 신죽음의 신학 등에 영향을 끼쳤소. 그런 신학에 근거해서 히틀러 암살단에 참여하게 된 것이오. 그가 위대한 신학자이긴 하지만 39살에 죽은 탓에 많은 책을 남기지 못했소. 그가 천수를 다 했다면 현대신학의 지형을 달라졌을지 모르오.

     위의 편지에서 거론된 1939년의 사건은 아래와 같은 거요. 본회퍼는 라인홀드 니버와 폴 레만의 초청을 받아서 1939년에 미국을 방문했소. 2차 세계 대전과 유대인 박해로 인해서 입장이 곤혹스럽게 된 독일 고백교회에 미국교회가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 위한 방문이었소. 그의 계획은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소. 그는 니버에게 자기의 입장을 편지로 썼소. 미국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독일로 돌아가겠다는 거였소. 생명을 담보하는 결단이었소. 주변에서는 말렸지만 그는 결국 독일로 돌아갔소. 본회퍼가 독일로 돌아오고 두 달 뒤에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했소. 전쟁의 불길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단초였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본회퍼는 순간적으로나마 귀국을 후회하지 않았겠소? 그가 미국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조국의 전쟁 광기를 반대하거나,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고백교회를 돕는 길을 찾아볼 수도 있었을 거요. 그러나 전쟁의 한 복판으로 들어갔소. 감옥에 갇혔소.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소. 그는 믿음으로 지켜 주십사고 기도드리는 중이오. 37살의 젊은 목사였소. 잘 자시오. (2010년 5월6일, 목요일, 바람, 옅은 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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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토토

2010.05.07 09:37:23

복음이 삶의 중심에 관계된다는 것과, 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것이  뭔가 연관이 있는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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