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조회 수 2742 추천 수 2 2010.05.14 23:04:44

 

     오늘 나는 정기적으로 하는 청소기 돌리기를 했소이다. 청소기를 돌린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민다고 해야 하는지 아시오? 먼지를 빨아들이는 모터를 중심으로 보면 돌리는 거고, 손잡이를 중심으로 보면 미는 게 옳겠구려. 우리 집 청소기는 먼지 분리형이오. 청소기 중간에 투명 원통이 달려 있소. 청소기를 돌리면 먼지가 봉지로 가기 전에 이 원통으로 먼저 들어간다오. 원통을 빼내서 먼지를 털어버리면 되오. 먼지 봉지를 자주 갈지 않아도 되니, 에너지도 절약되고 편리하기도 해서 좋소. 오늘 청소가 끝나고 투명 원통을 빼서 보니 먼지가 노란색이었소. 왜 그런지 그대도 눈치 챘을 거요. 꽃가루요. 어디선가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거실과 서재 바닥에 앉았다가 청소기에 빨려 들어온 거요. 앞으로 당분간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꽃가루를 볼 것 같소. 작년에 비해서 올해의 꽃가루 날림 현상은 덜 해 보이오. 작년에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 구석구석마다 꽃가루가 쌓여 있었고, 자동차 위에도 마치 색깔 있는 화산재처럼 덮여 있었소. 올해는 비도 많았고, 기온도 낮은 탓에 꽃기운이 좀 시들해 진 것 같소.

     나는 꽃가루(화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자신이 없소이다. 그 세계도 거의 우주와 맞먹을 정도로 신비로울 거라는 사실만 느끼고 있을 뿐이오. 하나님이 창조하신 꽃과 꽃가루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오. 도대체 우리가 이 세상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되겠소? 아무리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지식 자체가 말 그대로 천박하고,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부분과 비교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다고 말해야 옳소. 작은 것 하나만 어렴풋이 아는 주제에 뭔가 아는 것처럼 뻗대는 우리의 모습이라니! 가관이오. 언젠가 마이크로 세계에 대한 영상물을 본 적이 있소. 그때 꽃가루가 꽃에서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아주 감격스럽게 본 기억이 나오. 꽃가루는 생식과 연관이 있다 하오. 말하자면 바람에 날리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후손을 퍼뜨리는 거요. 참 지혜로운 놈들이오. 꽃가루 때문에 청소를 자주하게 되더라도 좀 참아줍시다. 우리는 그저 귀찮은 정도지만 그놈들은 생존에 관계되는 일이니 말이오. 혹시 그대는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 건 아니오? 조심하시구려. (2010년 5월14일, 금요일, 금가루 먼지를 털어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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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10.05.15 13:12:52

저도 그 다큐영화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이크로 코스모스>..

정말 우주의 신비, 생명의 신비가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미시적인 우주에서 일어나는 세계가 모이고 모여서 다시 거시적 우주를 이루고 있다는..

그래서 모래 한알, 먼지 한 톨이 온 우주를 껴안고, 받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던데요?

그러니, 이 세상의 먼지 한 톨이 온통 하나님의 숨결이 담겨 있다는 거..

왜 성서기자들이 하나님께서 머리카락 한 올도 세고 계시다고 믿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자연과 우주를 이해했는지, 이 개명천지에 사는 우리조차

아둔하게 사는데 말이예요. 가끔은 우리가 계몽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오히려 영적으로는 미몽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 참 착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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