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간(9)- 비종교화(5)

조회 수 3729 추천 수 3 2010.05.24 23:32:43

 

‘무종교성’에 대한 나의 생각에 대해서 몇 마디 더 하겠다. 자네도 불트만이 쓴 신약성서의 탈신화화에 관한 논문을 기억하겠지. 거기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불트만은 사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진보적’인 게 아니야. 오히려 덜 진보적이다. 기적이나 승천 같은 신화적 개념에 한할 것이 아니라 ‘종교적’ 모든 개념 자체를 다루어야 했다. 불트만도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신과 기적을 분리할 수 없지만 두 가지를 다 비종교적으로 해석하고 고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트만은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적이다. 그래서 그는 복음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나는 신학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종교적으로 해석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44년 5월5일)

    

     그대는 불트만이라는 신약학자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소? 신학을 공부했다면 들어봤을 거요. 한국 기독교계에서 그 이름은 대략 불온한 것으로 알려져 있소. 성서를 신화로 매도한 인물이라고 말이오. 그는 신약성서학자의 입장에서 신약성서의 역사적 한계를 정확하게 보았소. 거기에는 신화가 있소. 거의 모든 기적들은 신화적인 요소요. 불트만은 성서의 신화를 벗어나야 한다고, 즉 탈(脫)신화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소. 신화를 사실 그대로 붙들지 말고 실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거요. 이런 주장이 충격적으로 들리시오? 2천 년 전 사람들의 세계관 자체가 신화적이었소. 그것은 그들이 세계를 보는 눈이오. 오늘 우리의 세계관도 세월이 흐르면 신화적으로 비칠 거요. 아무도 생명의 본질에 완전히 들어가지 못했다는 뜻이오. 생명의 본질이 완전히 그 실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모든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신화적이오.

     본회퍼는 불트만의 탈신화화를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보오. 따지고 보면 불트만보다 본회퍼가 더 파격적인 입장이오. 불트만은 성서의 신화적인 대목만 따지고 들었지만 본회퍼는 종교성 전체를 따지고 든 거요. 불트만의 탈신화화는 성서의 한 대목만 그 틀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면 본회퍼가 말하는 비종교화는 기독교 신앙의 토대 전체를 바꾸는 거요. 기독교를 종교라는 늪에서 건져 올리는 거요. 위에서 인용 글 마지막 문장에서 본회퍼는 이렇게 묻고 있소. 종교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중요한 질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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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5.25 23:31:50

본회퍼의 이 문제 제기와 비견할 수 없는 부실한 것이지만

제가 얼마전에 여행기에서

'뉴저지에서 사랑하는 후배를 만나 주님 안에서 그동안의 삶을 나누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문장을 쓰면서 멈칫 했었어요.

'주님 안에서'라는 표현을 제한적으로 생각해서

같은 시간대를 종교적 언어로 서술을 했다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한히 열린 의미에서 주님을 규정하고 그 시간대를 서술한다 라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야 물로 후자 쪽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게 이해도 하겠지요.

본회퍼에 관한 상반된 시선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시시한 예를 들어서 죄송합니다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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