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간(7)- 비종교화(3)

조회 수 2643 추천 수 3 2010.05.13 00:21:41

 

종교적인 인간은 인간 인식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칠 때나(생각을 게을리 해서 그렇게 될 때가 많은데) 인간의 모든 능력이 쓸데없게 될 때 신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신은 원래 기계 장치의 신(deus ex machina)이다. 종교적인 인간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피상적 해결을 위해서든가,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실패에 부딪쳤을 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그 신을 요청한다. 이런 방식의 종교생활은 인간이 자기 힘으로 그 한계를 더욱 넓히고 기계 장치의 신이 소용없게 될 때까지는 유효할 것이다. 인간의 한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나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오늘날 인간은 죽음 자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참된 한계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벌벌 떨면서 신을 위한 장소를 남겨놓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1944년 4월30일)

 

     위 본회퍼의 언급이 그대에게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소. 우리는 신앙을 인간 삶의 한계에서 요구되는 것이고 생각했으니까 말이오. 가끔 교회에서 행해지는 간증 집회를 상상해 보시구려. 죽을병에 걸렸다가 하나님께 기도하고 치료받았다는 내용이 가장 많소. 남편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떨어졌을 때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도 흔하오. 대개가 인간의 한계로부터 시작되는 종교성을 말하는 거요. 본회퍼에 따르면 이런 요구를 들어주는 신은 ‘기계 장치의 신’(deus ex machina)이오. 이제 성숙한 시대의 현대인은 그런 한계를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기계 장치의 신을 강요할 수 없다는 거요.

     본회퍼의 주장에는 양면성이 있소. 우선 현대인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말은 그렇게 옳은 것 같지 않소. 죽음이라는 한계는 쉽게 넘어설 수 없소. 현대인은 그걸 무시하고 있을 뿐이오. 풍요의 신에 눈이 가려서 그걸 망각하고 있을 뿐이오. 더구나 죽음은 죽음 자체만이 아니라 삶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소.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삶의 신비 때문에라도 죽음 문제는 무시해서는 곤란하오. 물론 본회퍼도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오. 이것이 다른 한 면이오. 죽음을 이용해서 하나님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잘못을 지적하는 거요. 자식 걱정을 하는 사람에게 기도하면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식으로 가르치는 잘못을 말하는 거요. 이런 상투적인 강요가 자신의 삶 앞에서 책임적이지 못한, 미성숙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통할지 모르지만, 성숙한 사람들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을 거요. 정신이 똑바른 사람에게는 더 이상 ‘기계 장체의 신’이 어필될 수 없소. (2010년 5월1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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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토토

2010.05.13 15:14:24

정신이 똑바러지지 않을 때가, 요즘 말로 정신줄을 놓는다고 하지요 

TV를 보면서 딱히 재밌는 게 없어서 채널을 몇바퀴씩 돌리고 있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가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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