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2)

조회 수 3432 추천 수 2 2010.05.21 22:36:00

 

     어제의 글에서 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그대에게 털어놓았소. 오해는 마시오. 나는 소위 ‘노사모’에 가입할 정도로 열렬 지지자는 아니었소. 2002년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대구에서 내가 참여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목사 모임인 ‘목협’이 노무현 후보를 초청한 일이 있었소. 나도 마땅히 참석해야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소. 그렇게 할 정도로 그에게 빠져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오. 그가 대통령 재임 중에 펼친 모든 정책을 찬성하는 것도 아니오. 이해는 하지만 찬성하지 않는 것도 있고, 아예 이해도 되지 않는 것도 있소. 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전자고, 아파트 원가 공개 반대는 후자요. 전반적으로는 그의 정책을 지지했소.

     정책 이야기는 그만 둡시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내가 구체적으로 말할 입장이 못 된다오. 나는 어떤 사람의 행위를 판단할 때 겉으로 드러난 행위 자체보다는 그 사람의 됨(Sein)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오. 나무가 좋으면 열매도 당연히 좋다는 입장이라오. 인간은 위선을 행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오. 겉으로 나타는 행위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 어려운 거요.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정책 자체가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옳기 때문이라오. ‘옳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오. 내가 어떻게 사람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겠소. 그건 하나님의 소관이오. 옳다기보다는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게 좋겠소. 그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구려. 도교적인 그의 세계관이 기독교적인 내 세계관과 동일할 수는 없소. 이렇게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소. 그는 내가 알고 있는 한,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방식으로 ‘개념’이 있는 유일한 유명 정치인이었소. 철학이 있다는 말이오. 우리 다비아 식으로 말하면 그는 인문학적인 사람이었소.

     이런 정치인이 되는 게 쉽지 않소. 정치인은 대중의 지지를 먹고 사는 이들이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오. 7,80년대에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이들 중에서 적지 않는 사람이 보수 우익으로 돌아섰소. 생태운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4대강 홍보 전도사가 되기도 하오. 정치적 입지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철학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게 정치인들이라오. 미안하오. 내가 지금 모든 정치인을 싸잡아 비판하는 게 아니오. 일반적인 현상을 말하는 중이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철학적 사유 능력을 확보한, 보기 드믄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오. 철학적이라고 해서 너무 고상하게 생각할 것 없소. 이렇게 생각하면 되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소. 책임 있는 말을 하오. 그의 말은 그래서 살아 있소.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과 완전히 대비되오. 이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오. 말을 수시로 바꾸오. 한국의 정치 지형은 여전히 이런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소.

     고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과 개념과 인문학적 식견은 책읽기에서 나왔소. 그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소. 실제로 책을 끼고 살았던 것 같소. 요즘 서점가에는 노무현의 책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소. 그가 읽었던 책까지 많이 팔릴 정도요. 가방끈이 짧지만 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역사와 인간을 이해하고 있던 대통령을 이 사회는 원하지 않았소. 자신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의 현실유지(status quo)에 급급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인물은 눈엣가시였을 거요. 그는 이런 질서에서 견디지 못하고 ‘운명이다’ 하는 말을 남긴 채 우리보다 먼저 삶이라는 기차에서 뛰어내렸소. (2010년 5월21일, 금요일, 부처님 오신 날)


[레벨:2]산가람

2010.05.21 23:19:20

교수님. 안녕하셨는지요?  김영숙입니다....

오늘 남편, 아이들과 함께 봉하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의로움과 이로움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어김없이 의로움을 선택했다던 그의 삶을

아이들과 함께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도 밀리고, 사람도 많고, 날씨도 더웠습니다.

큰 아이가(중학교 1학년)  사셨던 집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부자였네.."라고 말하더군요.

아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요...

아이는 이렇게 많은(1주기 추도 행렬의...) 사람의 존경도 받고 부자이기도 한 사람이 왜 자살을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도 했습니다. 어떻게 답해주어야 하나? 먹먹했습니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음이, 그런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많이 힘들고 슬펐나보다고.. 답해주긴 했는데..

소통이라는 것... 사람사는 세상의 기본이 아닐까 싶은데...

누군가는 개인 인생의 가장 정의로운 시기가 사춘기라고 하던데...

저는 그 사춘기를 보내는 아들과 아주 많이  소통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정의롭지 않아서일까요?

 

저희는 담임 사역을 위해 준비하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신 앞에 바로 사는 것인지..

답답함이 연두빛 봄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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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떡진머리

2010.05.21 23:58:42

당선자 시설  대구그랜드 호텔의 객실에서 아버님과 독대하는 자리에 꼽사리(?)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께서 당부의 말씀을 부탁하셨는데 아버님은 "통치자는 겸손하셔야 됩니다."라고 짧게 말씀하시더군요.

말씀이나 행동자체는 당시의 당부를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분의 삶은 자체로는 겸손하셨던 것 같습니다.

육신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뜻과 의지는 1년이 지난 지금에도 고스란히 전해지지요.

이것이 부활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1년 전 봉화마을에 두어번 갔다가 왔습니다.

올해도 한번 다녀올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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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토토

2010.05.22 15:39:54

와... 아버님이 누구신대요?

[레벨:10]청년예수

2010.05.24 13:43:26

류연창 목사님이시지요. 지금은 은퇴하신지 한참 됐고요. 80년당시 한신대 1학년으로 항거하다 마지막날  도청에서 산화하신 류동운 열사의 아버님이 시지요. 현역에 계실땐 대구에서 시국사건이 나면 단골로 유치장을 왔다갔다 했고

 대구 봉산성결교회는 당시 척박했던 80년대 대구 지방의 그것도 성결교단에서 성지같은 곳이었지요.

 저희들땜에 애많이 먹으셨지요.

수많은 시국사건들을 배후(?)조종을 하셔서..... 참고로 정 목사님께서는 그교회 전도사님이셨고

 그교회 성가대 반주자이셨던 분이 현재의 사모님이시고... 서울 말씨에 부드러운 성품에 미남형인지라 당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그래서 그교회 청년들의 정적이었다는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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