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의 수난

Views 3012 Votes 0 2013.05.23 23:36:45
우리집 뒷산에는 참나무가 많다.
서재에서 창문을 열고 손을 뻗으면 잡힐듯하다.
혹시 산불이 나면 위험할 것 같아서
처음 이사 왔을 때 집에 거의 붙어 있는 가지들은 잘라냈다.
참나무 쪽으로 밀려드는 대나무도 쳐냈다.
그렇게 참나무에 애정을 표현했다.
그런데 얼만 전, 동네 어른 한분이 톱을 들고 산에 올라오셔서
참나무를 잘라내셨다.
나이가 드신 분인데도 몇 시간에 걸쳐서 톱질을 하셨다.
그분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참나무는 잎이 너무 많아서 봉분 잔디를 못자라게 하니
이렇게 쳐내야 한다는 것이다.
참나무 낙엽이 우리집에도 좋을 게 없으니
집 가까운 나무는 다 베어내는 게 좋다고 충고하셨다.
알겠다고만 말씀드리고
나는 속으로 낙엽에 쌓여도 참나무가 있는 게 좋은데, 했다.
며칠 뒤 산에 올라가보니 흉한 모습이 눈에 뜨였다.
굵은 참나무 아랫도리에 뺑 둘어서 칼집을 낸 것이다.
그렇게 고사시킬 작정이다.
아마 일전에 톱질을 하신 그분께서 톱으로 다 안 되니
칼집을 낸 것 같다.
보기가 흉하다.
2013-05-22 15.55.24.jpg 


그분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분의 할머니 무덤을 보니
작은 참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참나무의 번식력이 왕성해보인다.
2013-05-22 15.54.11.jpg 

어쩔 수 없다.
무덤 가까이 집을 지었으니
무덤을 상하지 않도록 참나무는 포기해야겠다.
다행히 소나무에는 손을 대지 않으셨다.
앞으로 무덤 가까이에는 소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고,
우리집 쪽으로는 대나무가 자리 잡도록 해야겠다.
다시 내 서재의 창문을 통해서 보는 무덤쪽 광경을 찍었다.
처음 이사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나무닢이 무성하다.
2013-05-22 15.51.19.jpg 


피트

2013.05.24 10:18:36

안타깝네요!

죽은자를 위해 나무가 해를 입네요.....
profile

클라라

2013.05.24 18:43:27

할아버지 심정은 알겠지만,
참나무한테 너무 모질게 하셨네요. 
참나무 생채기가 언릉 나아서 
거뜬히 살아 줬으면 좋겠네요. 
할아버지가 나무 베시는 거
포기해 주시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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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3.05.25 10:34:23

저렇게 희생된 참나무도
여러모로 좋게 쓰일 겁니다.
산에 사는 벌레들이 그걸 파먹거나
그 안에 집을 지을 거구요.
좀 마르면 제가 톱으로 잘라서
겨울철 난로 땔감으로 쓸 겁니다.
그 이웃 할아부지 고맙습니다.

profile

클라라

2013.05.25 12:19:18

아, 그러네요.^^
어찌하든 나무의 수명이 다해서
벌레들의 집이 되고
장작이 되는 것도
나무에게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네요.
이렇게 생각하니
문득, 우리도 나무처럼 저리 될 수 있을까, 
있겠다, 싶어요. 
목사님 덕에 '깊은묵상' 하고 갑니다.^^
profile

잠자는회색늑대

2013.05.25 13:11:01

이리 생각하니 이렇고, 저리 생각하니 저렇네요.

양날에 검이네요.

예전에 칠검이라는 영화에 나왔던 묘한 검이 생각납니다.

생각이라는 것을 잘 연마하여 지혜로운 검으로 잘 사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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