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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깊이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와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 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 감상-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정도의 평상심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 종종 나는 생각한다. 목사의 영성이 시인의 영성보다 못하다고 말이다. ‘곤히 잠들고 싶은’ 마음은 곧 안식에 대한 갈망이리라. 자신을 흙으로 낮출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안식이다. 그것을 우리는 하나님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목사님!
시 전문 계간지 시평이나 시인세계등이 잇단 폐간되는걸 보면 시를 쓰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시잡지와 시집을 사서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것 같습니다.
목사님께 시 배달 해드리고 숙면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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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각을 켜놓은채 잠이 들었습니다.
<가을> 함민복 --------------------------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천둥 몇개
벼락 몇개
. . . .< 대추 한 알 > 장석주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새해 첫 기적.반칠환>
책속에 담겨있는 글밥으로 배불리 시간을 채울틈도 없는 하루였지만
곤히 잠들고 싶은 그 대목이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