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화
1박2일(1)
지난 10월28일, 29일(토-주일) 양일간에 걸쳐서 대구성서아카데미와 대구샘터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가 조촐하지만 따뜻하고 의미 깊게 진행되었다. 1박2일 동안, 정확하게는 27시간 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간단하게나마 여기에 적겠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분들은 세월이 흐른 뒤에 이 글을 읽으면 옛날 생각이 나서 즐거울 것이다. 이번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간접적으로 경험하시라는 뜻도 담겨 있다.
28일 토요일 오전 일찌감치 설교문 작성과 발송까지 다 끝내고 집안 정리에 들어갔다. 집사람이나 나나 청소 체질이 아니다. 가능한 뒤로 미뤘다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해치운다. 손님이 오는 경우가 거기에 해당된다. 12시 즈음에 신 집사에게서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내려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동대구에서 이제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손님들이 집에 도착하기 전에 점심을 미리 먹어두자고 집사람에게 말하니 자신은 나중에 권 집사가 가져올 김밥을 먹겠단다. 혼자 대충 해결하고 잠시 기다리니 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정우진 집사가 1등이다. 뒤이어서 서울에서 혼자 운전하고 오신 하늘연어, 딸도 동행한 은나라 가족, 이상흥 집사 가족과 교우, 신학생 남녀, 신상국 집사, 강병구 목사 가족, 김진섭 집사 가족과 수호천사 등등, 속속 많은 분들이 도착했다. 우리 가족을 합해서 26명이 모인 것 같습니다. 예상 인원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좀더 오셨어도 좋았을 것이다. 외부 손님으로는 캔디, 억실, 부스러기, 하늘연어, 애플 외 2인, 은나라 외 2인, 수호천사이고, 교우로는 신상국, 이상흥, 권정숙, 김혜숙, 정우진, 은종희, 김진섭, 김종숙, 홍원숙, 신학생 남녀이고, 조계현 부부와 우리 부부다.
손님들이 들이닥치자 두 사람만 살아서 한적하던 우리 집이 갑자기 활기가 넘쳤다. 이런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간혹 오픈 하우스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에 있는 큰 솥에 닭을 삶으면 분위기가 더 살지 않겠는가. 26명이 4시간 동안 재미있게 지냈다.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를 설명하려면 끝이 없다. 한 마디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하면 된다. 처음 보는 이들과 통성명하기, 다비아에 대한 이야기, 잔디 위에 탁자와 의자 설치, 먹을거리 배열하기, 함께 먹고 마시기, 사진 찍기,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 커피 내려 마시기, 서재 구경하기, 모차르트 곡 라이브로 듣기,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각자 편한 대로 마당에 있을 분들은 마당에서, 식당에 들어갈 분들은 식당에서, 서재에 있을 분들은 서재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무안에서 오신 가족이 홍어회와 홍어껍질, 그리고 무안황토 고구마 막걸리를 가져오셨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김 아무개 집사는 하이네켄 두 박스를 갖고 오셨다. 작은 캔 한 박스는 나에게 주고, 큰 캔은 저녁 모임이 끝나고 교회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어떤 분은 하이네켄이 독일 맥주일 줄 알던데, 네델란드 맥주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맥주 중의 하나가 하이네켄이다. 맛이 부드럽다. 영양제를 선물로 갖고 오신 분도 계시고, 참기름을 갖고 오신 분도 있었다. 식혜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우 4시간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우리 집을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순간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계속)
모여서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
간식을 나누면서 수다를 떠는 중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는 중
이토록 자유롭고 평안한 순간이 있을 줄이야.
방문 기념으로 내가 선물로 준 신학책을 각각 1권씩 받아들고 독서삼매에 빠진 우리교회 유일한 신학생 커플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거 같아요.ㅎㅎ
지금도 그때의 그 즐거움이 가득 합니다.
여운이 오래갈거 같습니다..
하이네캔이 뭔가..? 했더니, 네덜란드 맥주였군요.
조금 맛보았는데.. 순하고 부드러웠어요.^^
그리고 저희가 준비한거는 원래 황토 고구마 막걸리만 준비해 가려 했는데..
무안 토박이인 남편이 홍탁이어야 한다고 해서..
홍어를 준비하게 된거예요.
비용은 만만했어요.^^
모두들 맛있게 잡수시니까 .. 도리어 감사했어요.
(홍어껍질은 두번의 실패끝에.. 성공한거예요.
두번의 실패작은 남편이 흡입했죠..ㅎㅎ)
종종 이런모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이벤트 였습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