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5일, 수

루터(17)

의(義)는 옳다는 뜻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옳다는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생명을 얻는다는 뜻이다. 구원을 얻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걸 단순히 도덕적으로 옳은 삶으로만 보면 안 된다. 도덕과 윤리가 의미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적군을 죽이는 목적으로 조직된 군대에 가는 게 옳은지 가지 않는 게 옳은지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사형제도가 옳은지 아닌지를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동성애 문제를 누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살리는 게 옳은지 힘들더라도 모든 직원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게 옳은지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옳은 것과 옳지 않는 것의 경계가 분명한 것도 많지만 분명하지 않은 것도 많기 때문에 그것으로 구원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기독교가 말하는 의 개념은 옳고 그름의 판단을 오직 하나님께 맡긴다는 뜻이다.

젊은 루터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승이 되었다. 철저하게 금욕과 절제, 고도의 도덕성과 윤리를 통해서 의에 이르려고 했다. 이를 일상의 문제로 바꿔서 설명하면 가정과 사회에서 효자요 모범생이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 효자와 모범생이 되려면 결국 자기 욕망을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아무리 그런 노력을 기울여도 루터의 영혼은 자유로워지지 않았다. 그런 노력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이었다. 이런 딜레마는 이미 바울에게서 드러난 것이었다. 바울은 율법으로 사는 사람이나 율법 없이 사는 사람이나 구원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에 있기’(롬 3:9) 때문이다. 바울은 그래서 롬 1:17절에서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고 했다. 루터는 바로 이 구절에서 영혼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는 주일에는 바로 이 구절을 본문으로 설교하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의 깊이와 능력을 내가 먼저 경험해야겠다. 성령이 도와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