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2)

조회 수 1360 추천 수 0 2017.11.01 21:04:45

111,

12(2)

 

집에서 저녁 5시에 일제히 교회로 출발했다. 이런 구석까지 한번 온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와 전남에서 오신 분들은 큰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이분들이 다시 우리 집을 방문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딱 한번으로 끝나는 분도 있지 않겠는가. 이번에 여러 분들이 오셨기에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그게 모두에게 아쉬울 것이다.

저녁 6시가 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속속 도착했다. 운전 베테랑들인가 보다. 식사 자리는 1층 카페의 큰 룸이다. 16명이 앉을 수 있다. 나머지는 식당과 작은 룸에서 먹어야만 했다. 오늘 행사에 사회를 볼 분과 다른 걸 준비하는 분들도 몇몇 와 계셨다. 삼송 석진혁 님의 등장은 여러모로 우리 모임에 재미를 더했다. 머리를 추켜올림으로 깎은 탓인지, 아니면 피부가 좋아서인지 모르겠으니 예상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 청년 같다고 하자 47세라고 나이를 밝혔다. 다비아 인연으로 본인의 삶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보수 근본 문자주의에서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설득하는 입장으로 바뀌었고, 정치적으로도 골통 보수(?)에서 열린 보수, 또는 약간의 진보 쪽으로 중심 이동이 있었다. 우리는 깔끔한 비빔밥을 먹으면서 여전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모든 순간도 기억의 한 저장창고에 쟁여있을 것이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가운데서, 더군다나 맛난 저녁을 생각이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자리 만나기 힘들다.

7시부터 재즈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재즈 연주자 이은혜 집사의 연주는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번 접했었다. 이번에는 종교개혁 기념 연주회인지라 전체적으로 차분한 곡을 택해서 연주한 것으로 보인다. 찬송가를 본인이 편곡하거나 본인이 직접 작곡한 것도 있었고, 유명한 재즈곡도 연주되었다. 콘트라베이스와 이중주였다. 말로만 듣던, 또는 멀리서만 보던 콘트라베이스를 바로 눈앞에서 보니 뭔가 가슴 저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가 끝난 뒤에 연주자에게 물었다. 악기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 15킬로 정도 됩니다. 승용차에 들어가나요? 쉽지 않은데 조심해서 넣으면 가능합니다. 차가 크면 좋겠지요. 정우진 집사도 옆에서 물었다. 어떤 때 활로 연주하고, 어떤 때 손으로 튀기면서 연주하는지요? 심포니에서는 대개 활로 연주하지만, 재즈에서는 주로 손가락으로 뜯습니다.

8시부터 나의 특강 마틴 루터의 개혁정신과 오늘의 한국교회가 이어졌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핵심은 루터의 종교 개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물론 그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영혼 구원에 평생에 걸쳐서 천착한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전개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에 몰두하다보니 개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재즈 연주와 특강의 사회는 서상규 집사가 맡았다. 사회자의 위트와 해학을 접하고 많은 교우들이 놀랬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 모두 무장 해제되어 더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참석 인원은 내가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50명은 되어보였다.

9시부터는 친교 시간이었다.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가고 30명 모였다. 사회는 신상국 집사였다. 여유 있게 진행을 잘 했다. 운전하지 않는 분들은 맥주 하이네켄, 무안 황토고구마 막걸리를 마시고, 권 집사가 준비해온 간식을 들면서 외부 손님들의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다비아에서 닉네임으로만 알던 이들을 실제로 만나니 감개가 무량했던가 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11시가 되어 집으로 갈 사람은 가고, 신상국 집사의 가이드로 호텔로 갈 사람은 갔다. 나는 호텔로 따라갔다. 비빔밥을 먹을 때부터 재즈 연주회와 특강, 그리고 친교 시간까지의 사이에 벌어진 어떤 사건들은 각자의 능력만큼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기억으로만 남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환대받은 사람은 환대받은 대로, 환대한 사람은 그것대로 다 우리 삶의 흔적으로 남는다.

호텔에 도착하자 신 집사를 통해서 각자의 방을 배당받았다. 3명 가족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2명 친구가 들어가기도 하고, 처음 만난 다비안이 한 방에 들어가기도 하고, 독방을 차지하기도 했다. 12명이 방 8개를 나누어 들어갔으니 넉넉한 편이었다. 호텔이 생각보다 좋았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식당에서 만나서 식사를 했는데, 소박한 메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식사 시간까지도 즐거웠다. 몰랐던 이야기도 있고, 알았지만 새삼스럽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다. 식사가 끝난 즉시 인근의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둘레가 2킬로 정도였다. 아주 천천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옛날이야기도 섞어가면서 걸었다. 부스러기 님은 산책을 포기하고 자투리 잠을 잤다. 어젯밤 하늘연어 님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잠이 크게 모자라 자칫 예배 시간에 졸지도 몰라 미리 단도리를 한 것이다. 잘 하셨다. 호텔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럭셔리했다. 러브호텔처럼 은밀하게 드나드는 게 아니라 공공연하게 드나들어도 좋은 분위기였다. 우리가 갔을 때 일본 고등학생 운동선수들이 단체로 숙박하고 있었다. 이렇게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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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프론트다. 대구 변두리 한적한 곳에 있는 별로 크지 않은 호텔인데-겉으로만 보면 모텔급- 국제 도시 시각을 알리는 벽시계가 4개 걸릴 정도로 규모가 있었다. 로비 양쪽으로 소파와 탁자들이 놓여 있었다. 29일 아침 약속한 8시보다 조금 일찍 내려왔더나 이미 애플 친구 동아리 3분이 내려와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잘 잤어요? 어제는 너무 피고한해서 특강까지만 듣고 친교 시간에 참석하지 않고 미리 와서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잘 한 겁니다. 시간이 되자 일행이 속속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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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각자 식성대로 한식이나 양식을 들었다. 나는 빵과 커피와 과일을 적당히 먹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2단을 마셨다. 오른쪽 끝은 은나라 가족, 가운데는 애플 친구들과 용인 다비안과 캔디, 그리고 왼편 식탁에는 부스러기와 석진혁과 하늘연어, 빈자리가 내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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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공장과 사무실이 가득해서 을씨년스럽기는 하지만 호수 하나는 예쁘다. 아래는 갈대다. 억새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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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우리가 머문 호텔이 보인다. 이름이 붙었는데, 기억은 못하겠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아침 햇살을 받으면 30분 가량 호수 둘레를 걸었다. 바닥은 흙길이었다. 걸으면서 나는 이번 손님 중에서 가장 젊은 '서로' 양에게서 성경과 신학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내 대답이 도움이 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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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17.11.02 02:32:49

고급스런 숙소에, 담화에.. 음악에..

다비안들과도 만나보고 싶고

목사님 댁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더웃겨씨가 출타하는 바람에 차편이 불편했어요.

담에도 기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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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11.02 14:31:22

그렇지요.

우리나라 교통체계는 남북 중심이라서

동서 간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웃겨 님이 잘 아는 분도 이번에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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