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 토
루터(20)
롬 1:17b절에 나오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은 하박국 2:4절의 인용이다. 하박국 선지자의 신앙이 바울에게 이어졌으며, 다시 루터에게 이어진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고 인정받은 사람은 믿음으로 생명을 얻는다는 뜻이다. 그에게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생명을 얻는다는 말을 우선 폭 넓고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흔하게 생각하듯이 오래 사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마냥 즐거운 것만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죽어서 천당 가는 것을 직접 말하는 것도 아니다. 생명은 하나님 손에 들어 있는 비밀이다. 젊어서 죽어도 생명을 얻을 수 있고, 가난하게 살아도 생명을 얻을 수 있다. 호화로운 파티를 일상으로 즐기는 사람보다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오히려 생명을 얻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생명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만 성경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본문이 말하는 믿음은 하나님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다. 그 하나님은 생명의 주인이기에 하나님과 연결된 사람은 생명을 당연히 얻는다. 그 생명은 단지 미래에 주어지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이미 주어진다. 평화와 기쁨과 해방감과 자유, 그리고 희망과 인내심 등등, 하나님에게 가까이 갔을 때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아무리 믿어도 그런 능력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믿는지 아니면 믿는 시늉만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루터에게서 믿음은 구원이 하나님의 은총, 즉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사실에 몰입하는 것이다. 구원은 인간의 어떤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여기에 왔다는 예수의 말씀과도 연결된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찾아서 모시고 추구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 나라가 주도권을 갖고 여기에 온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쪽을 향해서 돌아서는 것뿐이다. 그것이 바로 회심이다. 이런 사람은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하는 염려로 세상을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산다. 루터는 이런 믿음으로 거대한 로마가톨릭 체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솔라 피데!
사족: <루터>라는 영화가 상영 중이라고 합니다. 여건이 허락되는 분들은 한 번 보시지요. 예고 편에서 한 장면 캡처했습니다.
이것으로 루터 연재는 끝났습니다.
내일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입니다.
종교개혁 정신과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그분이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기다려보십시요.
여전히 햇살은 빛나고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이 비밀한 방식으로 교회를 이끌어가시겠지요.
모두 좋은 주말을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