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15)

조회 수 921 추천 수 0 2017.10.21 20: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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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15)

 

<95 신학 논제> 중에서 첫 번째 논제만 살펴보겠다. 우선 그 논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주님이시며 선생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4:17)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신자들의 전 생애가 참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의 가르침 중에서 현대인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죄론이다. 사람이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들이 볼 때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에 해당되는 정도로 사법적인 책임을 지고, 경우에 따라서 피해자에게 보상하면 된다. 죄 문제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접근하는 기독교의 입장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기독교는 겉으로 나타난 잘못만이 아니라 마음을 그렇게 먹은 것마저 죄로 보니까 현대인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는 양면성이 있다. 기독교가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잘못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죄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더 큰 복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죄 숙명주의에 떨어져서 세상 변혁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위험성이 있지만 기독교의 죄 인식은 훨씬 심층적이라는 사실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죄가 우리를 존재의 깊이에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지 않으면 거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사람이 실제로 세상에서 얼마나 책임 있게 사느냐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에 속한다. 내가 보기에 일단 죄 문제를 존재론적으로 접근하는 기독교의 관점은 오늘의 심층심리학적 차원에서도 정당하다.

루터 시대의 로마가톨릭교회는 회개, 참회 문제를 일종의 종교 이벤트처럼 다뤘다. 신자가 사제 앞에서 고해를 하고 몇몇 과정을 거쳐서 자신은 죄에서 깨끗하게 되었다고 여겼다. 그 결과가 곧 면죄부에까지 이르게 된다. 죄 문제를 존재의 깊이가 아니라 도구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죄에 대한 불안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더 중요한 하나님과의 관계는 별로 깊어질 수 없다. 회개 사건이 평생에 걸쳐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루터의 말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신앙생활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거룩한 하나님 앞에서 매 순간 서는 사람은 자신의 실존이 죄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기에 대한 철저한 낙심으로 인해서 그는 참된 신앙의 깊이로 들어가게 된다. 역설적인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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