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3)

조회 수 1501 추천 수 0 2017.11.02 20: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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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9일 주일 아침 940분에 호텔을 출발했다. 내가 누구 차에 동승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비아 대글 문제로 인한 소송 건으로 2년 동안 고생한 삼송 석진혁 님의 차를 탄 것으로 기억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60이 넘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요즘 기억 능력이 떨어졌다. 젊어서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래서 좋은 점도 많다. 마지막 순간이 가까울수록 모든 기억이 사라져야 평안히 떠나지 않겠는가. 고대 헬라 사람들은 망각의 강인 레테의 강물을 조금씩 마셔두라고 조언했다.

예배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관계로 일행 중에서 대학동기 3명은 어딘가 바람 쐬러가고 나머지는 교회당 지하로 들어가서 예배 시각하기를 기다렸다. 교인들이 모이기 전 주일 아침 교회당의 풍경을 그대로 보았을 것이다. 보통 정, 공 집사가 일찍 와서 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하는데, 이날은 공 집사가 몸이 불편하여 잠시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몸이 약해서 걱정이다. 사실은 두 사람 다 약하다. 우리교회 여 교우들 중에서 가장 마른 두 사람이다.

11시에 예배가 시작되었다. 대구샘터교회 교인들이야 늘 경험하는 예배였지만 손님으로 참석한 분들은 전혀 새로운 형식의 예배를 경험한 자리였을 것이다. 예전 예배가 왜 예배를 예배답게 하는지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 준비가 된 사람들은 예배를 구경하거나 끌려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예배를 결정하는 모든 것은 아니다. 형식은 본질을 담아내는 그릇이니 가능한 형식과 본질의 관계가 바르게 유지되는 예배를 추구하는 게 최선이다.

설교가 평상 주일보다 10분이나 길었다. 말씀을 잘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앞섰나 보다. 더구나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고 설교하겠다고 운을 뗐으면서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 어린이들에게 미안하다. 제목은 왜 복음인가?’였다. 결론은 누구나 예측 할만하다. 우리의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업적이 아니라 오직 믿음(솔라 피데)으로 의롭다고, 즉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수 사건이야말로 참된 복음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믿음은 양면성이 있다. 하나는 삶의 능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삶을 공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에 천착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루터는 삶의 능력을 믿음에서 경험했다. 그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냥 흉내를 낼 바에야 다시 율법 신앙으로 돌아가는 게 차라리 낫다.

형편 상 토요일에는 못 오고 주일에만 참석한 다비안들이 있었다. 안동, 월배, 김해, 구지, 군위 등등, 여러 곳에서 오셨다. 예배 후 식사 친교 시간에 소개 되었다. 그리고 각자 접시에 음식을 담아 각자 자리에 가서 멋진 식탁 교제를 나누었다. 외부에서 오신 분들을 위해서 한쪽에 자리가 마련되었다. 색깔도 맛깔스러운 먹을거리, 마실 것, 정감이 있는 대화와 그릇 부딪치는 소리, 보이지 않는 공기의 떨림, 얼굴 표정과 걸음걸이와 몸짓을 통한 무언의 사귐이 가득한 식사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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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시작 전에 꽃장식이 된 설교단을 카메라에 담았다. 소박하고 품위 있는 꽃꽂이를 누가 했는지 짐작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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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사진은 왼편에서 찍는 거고, 바로 위는 오른 편에서 찍은 거다. 교회 강단이 오랜만에 호사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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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예배당이 그득하다. 뒷모습만으로도 지금 예배에 집중하는지 여부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나의 흰머리 못지 않는 흰머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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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친교 시간이다. 반찬이 화려하다. 지금 외부에서 오신 손님들을 소개하는 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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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찍은 식사친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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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손님들과 한 자리에서 밥을 먹다가 내 식사 내용을 찍는다는 게 앞 사람들도 카메라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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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전체 모습이다. 단칸방 신세라서 예배당에서 예배도 드리고, 식사도 하고, 회의도 한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어느 한 사람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밥 먹는 순간은 복음서가 종종 표현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다. 교회는 그런 나라를 이 세상에서 따라가는 '밥상 공동체'다. 이런 장면에 한번 들어오고 싶은 분은 아무 때나 주일에 한번 우리교회에 들리면 된다. 위 사진 중에서 날짜 표시가 없는 것은 대구샘터교회 홈피에 올라온 사진을 가져온 것이다.



[레벨:12]율하

2017.11.02 21:37:12

천고마비의 계절에

영혼도 몸도 살찌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성가득한 뷔페 음식을 준비하신 집사님들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profile

[레벨:29]캔디

2017.11.02 21:58:59

드디어 율하님 등장하셨네요.ㅎㅎ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은발이 너무 매력적인 율하님! ~ㅎㅎ

이렇게 온라인에서라도 자주 뵐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7.11.03 21:45:41

율하 님이 주일 일찍 오셔서 모든 행사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셨군요.

영육간에 살찌우는 시간이었다니 다행입니다.


[레벨:12]율하

2017.11.03 13:47:19

다비아 안내집사님ㅎ

캔디님을 다시 만나뵈서

저도 반가웠습니다.

일산은 이곳 남녘보다

 겨울이 잰걸음으로 오시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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