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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목회 업적에 치우치는 것이 죄인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서 영혼의 자유가 손상당하기 때문이다. 자유는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기독교 신앙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중심 메시지는 자유다. 구약성경을 구성하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도 그 중심에 자유가 놓여 있다. 하나는 출애굽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바벨론 포로 귀환 사건이다. 출애굽은 이집트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이며, 바벨론 귀환 사건은 바벨론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는 것이다.
성경은 자유를 하나님의 은총으로 본다. 이 말은 곧 사람이 자유를 생산해낼 수 없다는 뜻이다. 인류 역사에서 자유를 얻으려는 모든 해방 운동은 실제로 인간을 해방시키지 못했다. 칼 마르크스는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판단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창했다. 능력만큼 노동하고 필요한 것만큼 가져가는 사회주의야말로 인간에게 해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시즘으로 자본주의의 폐해가 밝혀지고 상당한 부분에서 인간 해방이 일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사상이 현실 역사에서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현재 마르크시즘을 그대로 따르는 나라가 없다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마르크시즘과 대립적인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자유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장주의다. 자본이 전체 부를 확장시키고, 그 확장된 부를 적정하게 분배하면 자유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를 통해서 얻은 자유는 질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 부가 계속 늘어나야만 보장되는 자유는 사람들을 부에 점점 더 예속시킬 뿐이다. 그 어떤 사회체제도 우리에게 참된 자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가 하나님의 은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