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89)

조회 수 847 추천 수 0 2018.05.04 21:13:32

(89)

흑암 문제는 목사의 설교 행위만이 아니라 목회 전반에 관계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목사의 영성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목사만이 아니라 하나님을 생각하는 사람의 영성에 관계된다. 하나님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요소이다. 자신이 곧 흑암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지금의 생명을 경험하기는 힘든 거 아닌가. 목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생명을 선포하는 사람이기에,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 구원에 매달려야 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대목을 좀더 투철하게 생각해야한다.

오늘의 목회 행위가 지나치게 밝음 쪽으로만 치우쳐 있다. 예수 믿어서 모든 게 잘된다는 식이다. 번영신학, 승리주의, 긍정의 힘, 세계선교, 복음화 등등의 신앙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있다. 교회가 여전히 도상의 존재이기에 이런 업무도 필요하기는 하다. 문제는 이런 업무에만 매몰되어서 그것 너머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회 체계가 너무 강고하다. 자신들이 하나님을 독점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교회 업무가 실제로는 하나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교회 현장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흑암의 영성을 아는 목사의 영혼은 역설적으로 자유롭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목회 업적을 절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지금 거둔 목회의 성공과 실패는 기독교의 긴 역사에서 큰 의미가 없다. 성공과 실패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우리가 재단할 수 없다. 우리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당장 아무런 결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큰 결실을 거둘 수 있으며, 지금 큰 결실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지난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우리는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걸 우리는 흑암이라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눈치 챈 목사는 마음을 비우고 자유롭지만, 두렵고 떨림으로 자신의 사역을 감당할 뿐이다. 잘난 척하지 않고, 기죽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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