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4월18일(목)

조회 수 3345 추천 수 0 2013.04.18 22:58:22

 

 

 

   며칠 전에 집 뒤편의 일부 대나무를 잘라냈다. 대나무가 참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되어서다. 대나무는 번식력이 대단하다. 뿌리가 막무가내로 뻗쳐나가면서 주변의 식물들을 작살낸다. 생태파괴의 주범이다. 그런데 나는 대나무가 좋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약한 바람에도 춤추듯 흔들리는 모습이 좋다. 동향이라서 집터로는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는 원당리 113-2번지 땅을 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대나무 숲이 붙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고민 중이다. 대나무가 뒤편 언덕을 다 채우도록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적당하게 잘라내서 참나무를 보호해야 할지 기로에 섰다. 일단 부분적으로 쳐냈다.

   대나무를 쳐냈더니 무덤이 더 가까이 보였다. 첫 번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봉분 윗부분만이 아니라 전체가 다 보였다. 손에 닿을 듯하다. 낮에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밤에 보면 아직은 약간 불편하다. 좀더 기다려봐야겠다. 밤에도 편하게 느껴지면 대나무를 계속 잘라내고, 여전히 불편하면 참나무에게 피해가 가도 대나무가 숲을 이뤄 무덤 쪽의 시야를 가리도록 대나무의 왕성한 번식력을 그대로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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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13.04.18 23:42:52

밤에 묘지 보면 약간은 불편하시군요.^^
저희가 어려서 그랬는데요,
낮에는 묘지 꼭대기에 올라가서 놀다가도 어스름 해지면
근처에도 못 갔지요. 씩씩한 사내아이들도 그랬어요.
저희 집 옆에 자그마한 동산에도 몇개의 묘지들이 있었는데,
달구경하려면 그 동산이 제일 안성마춤이었어요.
어릴 때라, 생과 사.. 이런 건 꿈도 못꿔 봤지만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충동은 가끔 생겼던 거 같아요.
달밤을 무슨 색으로 그릴지 감도 못 잡으면서요.
그 옆 대나무숲은 바람으로 휘청거리고, 
하늘엔 쟁반같은 보름달.. 

오늘도 달이 보이네요.  

 

[레벨:16]맑은그늘

2013.04.19 01:14:32

 어렸을 때는 봉분에 관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관을 땅속 1미터 밑에 묻고 봉분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종의 표시죠.
생사가 하나인 것을 알면, 큰 불편은 없을 것 같습니다.
서쪽 밤하늘이 잘 보이겠습니다.
목사님도 참나무도 대나무도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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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4.19 09:16:49

예, 그렇군요.
무덤도 대나무나 참나무처럼 자연의 일부로 알고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밤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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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잠자는회색늑대

2013.04.19 09:48:33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 자연스러움을 나의 자연스러운 시선을 위해 제한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느 쪽이던 장점과 단점이 있겠죠.
아마도 우리를 만드시고,
저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시기를 바라셨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더불어 해봅니다.
좀 더 자연스러워 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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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4.19 23:10:05

늑대 님,
아직도 자연에 대한 기독교의 이해는
바르트와 브룬너의 '자연신학' 논쟁에서도 나타났듯이
뜨거운 감자와 같습니다.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자연적 본성을 부정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것의 타락도 부정하기 어렵잖아요.
전체적으로 보면 자연, 또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기독교 생각이
편협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네요.
특히 한국교회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저도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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