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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쓰레기 처리 문제로 북안면 사무소를 찾아갔다. 쓰레기를 종류에 따라서 분류해 마대에 담아 내놓은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수거해가지 않은 이유를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이다. 문서를 보더니 매주 목요일에 원당리에 청소차가 간다고 한다. 원당리 주민들의 말을 들으면 일 년에 한 차례만 청소차가 온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담당 공무원과 마을 주민의 말이 완전히 달랐다.
저간의 사정은 이랬다. 청소차가 원당리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입구의 공장 지역에만 오는 것 같다. 원당리 마을에는 들어올 필요가 없었다. 마을에서 쓰레기가 별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 쓰레기는 많이 나오지 않기도 하지만, 생긴 쓰레기도 짐승에게 먹이거나 땅에 묻으면 그만이다. 소주병이나 맥주병은 슈퍼에서 가서 물건으로 바꿔올 수 있다. 종이나 플라스틱, 스치로풀을 비롯해서 태울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태운다. 주로 밤에 태운다고 한다. 그러니 쓰레기가 나올 게 없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얼마나 심한 독가스가 나오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나도 쓰레기를 이곳 분들과 마찬가지로 환경이고 뭐고 없이 다 태워야한다는 말인지. 몇 가지 방법은 있다. 쓰레기를 모아서 직접 영천시 쓰레기 매립장까지 갖고 가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쓰레기차를 무조건 정기적으로 오게 하든지. 또는 쓰레기 제로로 살든지. 지금 우리 집 뒷마당에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쌓여 있다. 가관이다.
시골 사람들은 자연을 소중하게 여길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나의 편견이었는가를 시골 땅에 들어와서 알았습니다.
폐 비닐과 약병들이 이곳저곳 굴러다니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자연을 파괴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 보였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는 시골이라고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많이 사 왔었습니다.
농협마트에 가면 쓰레기 봉투를 분명히 팝니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은 쓰레기 봉투를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혹 버릴 쓰레기가 있어도 분리하거나 쓰레기 봉투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교수님 말씀대로 대부분 태워버리니 사실 버리는 것도 없습니다.
보이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 자신의 자리부터 하나씩 실천해 가는 것이 가장 대안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