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가득한 눈'

조회 수 3195 추천 수 0 2013.05.09 21:46:39

來如哀反多羅 7

 

불어오게 두어라

이 바람도,

이 바람의 바람기도

 

지금 네 입술에

내 입술이 닿으면

옥잠화가 꽃을 꺼낼까

 

하지만 우리

이렇게만 가자,

잡은 손에서 송사리떼가 잠들 때까지

 

보아라,

우리 손이 저녁을 건너간다

발 헛디딘 노을이 비명을 질러도

 

보아라,

네 손이 내 손을 업고 간다

죽은 거미 입에 문 개미가 집 찾아 간다

 

오늘이 어제라도 좋은 날,

걸으며 꾸는 꿈은

壽衣처럼 찢어진다

 

 

 

 

來如哀反多羅 8

 

내게로 왔던 것은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피에로 파올로 파솔리니,

오늘 같이 자주지 못해 미안해요

 

피에로 파올로 파솔리니,

교황은 자주감자 꽃 옷을 찢고

개들은 묵주반지 돌리듯 이를 간다

 

피에로 파올로 파솔리니,

그대의 愛液을 맨머리로 받으면

내 이마에 돗자리 자국이 생겨난다

 

피에로 파올로 파솔리니,

죽음은 내 성기 끝에서 피어날지라도

그대의 음부는 흰 백합을 닮을 것!

 

 

 

 

來如哀反多羅 9

 

검은 장구벌레 입속으로 들어가는

고운 입자처럼

생은 오래 나를 길렀네

 

그리고 겨울이 왔네

 

허옇고 퍼석퍼석한 얼음짱,

막대기로 밀어 넣으면

다른 한쪽은 바둥거리며 떠오르고,

 

좀처럼 身熱은 가라앉지 않았네

 

아무리 힘줘도

닫히지 않는 바지 자크처럼

無聲의 아우성을 닮았구나, 나의 생이여

 

애초에 너는 잘못 끼워진 것이었나?

 

마수다, 마수! 첫 손님 돈 받고

퉤퉤 침을 뱉는 국숫집 아낙처럼,

갑자기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생이여

 

어떻든 봄은 또 올 것이다

 

 

* 금년 봄에 나는 두 권의 시집을 읽었고, 여전히 읽는 중이다. 하나는 황동규의 <사는 기쁨>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복의 <래여애반다라>다. 황동규의 시가 이해하기도 좋고 정서적으로도 내게 맞는다. 내 수준에 딱이다. 이성복의 시는 불편한 구석이 적지 않고, 또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읽었다. 그가 보고 있는 어떤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눈이지만 보고 있는 그것은 비슷하다. 불가해한 삶의 현상이 그것이다. 이성복의 시가 침침하고 불안해보여도 결국은 황동규와 비슷한 삶의 기쁨을 말한다. 어둠과 밝음이 겹쳐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시가 다 그렇듯이 말이다. 래여애반다라 9번의 마지막 대목에서 그는 생이 ‘갑자기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본다고 느낀다. 생을 하나님이라고 바꿔 읽으면 하나님이 장난기 어린 눈으로 자기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이 세상을 소풍이라고 노래한 천상병 시인의 그것과도 통한다. 저 시인의 눈에 비친 장난기가 우리 기독교인들의 눈에는 은총으로 경험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밑으로 내려놓을 때만 경험될 수 있는 신비한 삶의 심층에 저 장난기, 혹은 은총이 자리하는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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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잠자는회색늑대

2013.05.10 11:15:12

뜬금없는 걸까요? 천상병 시인을 말씀하시니 장사익의 '귀천'이라는 곡이 떠올랐습니다.

-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그런데 놀랍게도 천상병시인이 장사익의 '귀천'이라는 곡의 노랫말을 써주셨군요.

여기에 한곡 덧붙여 노랫말 하나가 더 떠올랐습니다.

홍순관의 "나처럼 사는 건 나 밖에 없지"라는 앨범에 '산밑으로'라는 곡입니다.

노랫말을 소개해드립니다.

.

산밑으로 마을로 내려가자 내사람들이 또 거기에 있다
맨발로 맨발로 내려가자 내 그리스도가 또 거기에 있다.

이제 나는 山밑에서 살겠습니다
동산에 올랐던 시간을 안고 산밑에서 살겠습니다
거기 남겨둔 이야기와 눈물을 가끔씩 꺼내어 보며...
저 밑에 당신을 처음 만났던 때가 보입니다.
부끄런 맘으로 동산 곳곳에서 솔나무 향 맡으며
새를 따라 날기도 하여 배고파 사과나무로 달려갔던 일
바위에 앉아 노래 불렀던 그 시간들을
나는 일기처럼 잊지 않겠습니다.
동산을 오르다 만났던 나무 돌멩이 꽃 잡초들...
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것 같아 마음에 걸리나
여기가 다 하나님의 山 이니 그리 걱정은 없습니다.
만남의 여정이 끝나갈수록 오히려 피곤이 없어집니다
우리의 만남은 무엇을 모으려 한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버리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는 이 동산을 내려갑니다
산 밑 어딘가에 또 살고 계실 예수의 집한쪽에 방을 얻어
나는 거기에 살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이렇게 인사드리겠씁니다
'하나님 학교 다녀왔습니다'
 

山밑으로 마을로 내겨가자 왜 사람들이 또 거기에 있다
맨 발로 맨발로 내려가자 내 그리스도가 또 거기에 있다.


복된 하루 보내세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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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13.05.10 22:02:40

하나님이 우리를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보신다니,
웃음도 나고, 기분이 좋네요.^^
정말 그랬으면 참 좋겠어요.

시가 너무 어려워서
시인도 댑따 어려운 분인줄 알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따스하고
뭐랄까, '장난기 가득한' 소년같은
느낌도 받게 되네요. ^^

래여야반다라 5편 2연
"가다가 심심하면
돼지 오줌보를 차올린다
하늘의 가장 간지러운 곳을
향해 축포쏘기"
^^

 이성복 시인은 목사님이 엊그제 말씀하신 대로 
이런 분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실존을 보면 서럽지요.
그 서러운 실존을 받아 드릴 줄 알면
새로운 기쁨에 사로잡히겠지요"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생의 절망과 희열을 동시에 한 마당에서
풀어낼 수 있는지..

[레벨:18]눈꽃

2013.05.10 22:57:44

아! 피에로 파올로 파솔리니의 이름을 여기서 보게되다니. . .
안토니오 그람시의 저작들을 읽다가 파솔리니를 알게됐고 그의 영화 <메데아>와 그의 책<폭력적인 삶>을 읽고 충격을 받고 그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 ᆞ
올려주신 시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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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5.10 23:47:40

늑대, 라라, 눈꽃 님,
이 세상의 모든 비밀은
주님이 오실 때 다 밝혀질 것입니다.
거꾸로,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
바로 예수님의 재림이겠지요.
그때까지는 참고 견뎌야 합니다.
무작정 참는 게 아니라,
우리 기독교인의 경우에는
성경을 통한 생명의 빛의 안내를 받으면서
꾸준히 길을 가는 거지요.
저기서 하나님이 오고 계십니다.

[레벨:4]송현곤

2013.05.11 08:16:59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 바로 예수님의 재림이겠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세상은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20세기들어 정신과 심리의 세계가 밝혀지는 모습을 보며 놀랐고
그런 관점에서 성경을 다시 되새김질합니다
예전에 알던 것과 달랐습니다
세상이 악해지는 만큼 주님도 작전이 있으시고 역사 하시지요
세상의 지식이 바뀐만큼 신을 설명하는 새로운 무기의 장전이 필요한 것입니다
황수관 박사외 몇분이 돌아가시고 이외수 김미경 등 멘토들이 퇴장할때
새로운 무기가 등장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렇게 선과 악이 강력한 최첨단 무기로 대결하는 인류역사와 완성이자 마지막에 예수님이 오시겠지요
그 순간은 교회가 완성되는 순간이며 그때 교회의 머리로 예수님이 재림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선에 편에 속한 우리에게도 이시대를 이겨나가기 위한 큰 무기를 주실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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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13.05.11 21:46:39

예, 목사님,
오늘(5/10)묵상 읽으며
우리 기독인의 정체성을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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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6]바이올렛

2013.05.11 11:26:33

4월말 은사님집에서 가져온 옥잠화 뿌리에서 
벌써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둥근 잎들을 피웠습니다.
만지면 찢어질 것 같은 얇은 잎에는 약 21개의 깊은 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저도 이번 여름에는 서럽고  애달픈 마음으로
옥잠화가 피기를 기다려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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