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동절이었다. 대다수의 직장이 문을 닫은 것 같다. 이렇게 하루 쉰다고 해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잠시 유예될 뿐이다. 노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노동 없이 인간 삶은 유지될 수도 없다. 인간의 얼굴을 한 노동이 필요할 뿐이다.
어떤 것이 과연 인간의 얼굴을 한 노동인가? 자기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것만큼 받아가는 세상에 대한 마르크스의 꿈을 공산주의가 실현해보고자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 역시 노동 해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나은 것이 북 유럽의 복지 체제인데, 거기에 도달하는 것도 요원하거니와 도달했다고 해서 인간의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ora et labora’(기도하고 노동하라.)는 수도원의 영적 슬로건이다. 기도하면서 노동하고, 노동하면서 기도한다. 기도가 곧 노동이고 노동이 곧 기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기도는 기도이고, 노동은 노동이다. 오늘의 노동 문제는 결국 ‘기도’가 빠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일 없이 노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가?
몇 년 전에 봉쇄 수도원 다큐 <위대한 침묵> 보는데,
수도사들이 엄청 일하시데요. ^^
예상은 했지만, 진짜 그 분들의 삶 자체가 기도이고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에 기도가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 말씀에 저의 노동을 뒤돌아 보게 됩니다.
저는, 기도하고 나서 노동하자, 혹은 노동하고 나서 기도하자
였거든요. 그런데, 기도랑 노동이랑 함께 섞어서 살아봐야겠다,
싶어져서요. 기도하면서 노동하자, 아니 기도하듯이 노동하자.
이렇게 하면 될까요?^^
목사님 말씀은 겉엔 너무 쉬운데, 속에 들어가려니 너무 어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