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집을 떠나 대구샘터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오후에는 서울샘터교회 예배와 신학공부를 인도했다. 약간 늦은 저녁을 먹은 뒤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하룻밤 자고, 오늘 오전 10:00-12:30에 기독교장로회 목회연구원 목회학 박사 과정에서 강의한 뒤에 하양에서 볼 일을 보고 한 시간 전에야 다시 원당집으로 돌아왔다.

   강행군이라면 강행군이었다. 뭔가를 계속 말해야만 했다. 워낙 말을 잘 할 줄도 모르거니와 말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불행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그렇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도 언어의 표면에 속한 용(用)이 아니라 심층에 속한 묘(妙)에 대해서 말해야만 할 사람의 운명이라니.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난 이틀 동안 아스팔트, 콘크리트 건물, 기차, 복잡한 식당 등등에서 지내다가 이제 나무와 구름과 바람소리만 있는 원당으로 돌아왔다.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는지. 사람들 속에 있다가 혼자만의 공간인 이층 서재로 돌아온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는지. 그런데 여기에는 또 글쓰기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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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3.05.07 08:32:42

목사님의 강행군 덕에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 드리고
다시 여기 자그마한 소읍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달에 한번,(물론 여기서도 미사에 부지런히 참여하고 있지만)
예배드리고 온 날 밤은 육체적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잠을 자지 못합니다.
아마도 예배의 여운을 길게 가지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이끌림에 의한, 이민재목사님말씀처럼
"하늘을 보아도 눈물이 났고, 꽃을 보아도 눈물이 났다."는 
그런 정서가 온통 저를 지배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도 합니다.
대체, 예배는 무얼까요? 

참, 아둔한 질문이지요? 
목사님, 그런데 저는 아직도 예배가 뭔지,
예배 드리고 나면,
평안과 안식, 기쁨이 충만해야 하는데,
왜 제 영혼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게 되는지,
그걸 하나님에 대한 목마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그 공허함을 딱히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나는" 이라고 밖에요.

이럴 때 마다,
예배를 집전하는 목사님은 어떠신지 궁금해집니다.
아니, 정직하게 질문드리면,
목사님도 그러시나요? 라며 동의를 구하고도 싶어집니다. 

목사님,
저는 오늘 하루도 하루살이의 영성(?)을 생각하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을 우습게 보며 즐길 내일도 우습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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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3.05.08 00:02:39

말은 강행군이라 했지만
다른 목사님들에 비해서
저는 놀고 먹는 목삽니다.
새벽기도도 하지 않구요,
심방도 거의 하지 않구요,
또 각종 회의도 하지 않구요,
교단 정치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구요...
그러니 시간이 많습니다.
그냥 남는 시간에
내 역할을 조금 감당하는 것뿐입니다.
예배라...
24시간을 예배 영성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게 잘 되지 않아도 문제지요.
예배 말고 우리가 세상에서 할 일이 더 뭐가 있을지요.
그런데도 자꾸 다른 일이 생기니,
그런 것에 흥미를 느끼니,
여전히 영적으로 미숙하다는 증거겠지요.
하여튼 준비된 것만큼 살다가
주님이 부르실 때 머뭇거리지 말고
성큼 달려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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