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공부
신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에서 기도는 없다. 이론과목은 접어두고 실천신학에 속하는 목회학, 예배학, 찬송가학은 배우는데 기도는 배우지 않는다. 교수들과 선배 목사들이 기도하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어떻게 기도해야하는지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정서와 정신건강에 좋으니 노래를 많이 부르라고 말은 하면서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는 거와 비슷하다.
기도는 배우는 게 아니라 은혜를 받으면 저절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신학생 시절의 내 경험에 따르면 남의 기도를 그저 흉내 내는 기도만 했다. 그런 방식으로 반복해서 기도하면 그런 기도 내용이 자기의 것으로 소화가 되어 점점 자연스러운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된다. 철야기도 등의 모임에 자주 참여하면 기도 잘하는 사람으로, 즉 기도쟁이로 성장하게 되고, 진도를 더 나가면 무당의 접신처럼 기도 행위에서 신들림의 경지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기도 현상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사람의 영혼은 신학적인 논리로 다 포착해낼 수 없는 깊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열광적인 기도 현상에서도 나름으로 영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기도는 어디까지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개인기도에 머물러야 한다. 이는 노래 부르기와 비슷하다. 혼자서 노래를 부를 때는 음정과 박자가 맞지 않고 가사가 엉망이라도 개인적으로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합창을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원 모두가 빠짐없이 악보에 철저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도 절제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로 감동적인 합창이 가능하다.
기도를 배운다는 것을 기술적인 문제로 보면 곤란하다. 기도 용어를 외우고, 기도의 억양을 다양하게 하는 훈련은 아니다. 이것도 결국은 영성의 문제다. 영성의 깊이에 따라서 기도의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이 사실을 전제한 채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하겠다. 시인이 되려면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쓰고 외우는 것처럼 기도의 사람이 되려면 좋은 기도문을 많이 읽고 쓰고 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