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1일
주한미군
어제 설교 앞 대목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당당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에 외국군이 분명한 미군이 65년 동안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글에서 한번 짚은 거지만 다시 간략하게 내 생각을 정리해보겠다.
이 문제는 진보와 보수에 따라서 달라는 게 아니다. 상식이나 비상식이냐에 속한다. 보수에 속한 분들일수록 미군 주둔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강하고 도덕심도 강하고 민족정신도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수 쪽의 사람들이 더 강해야 한다. 나의 상식적인 눈으로 볼 때 그렇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의 보수 측 인사들은 거꾸로 된 거 같다. 주권 국가에 65년 동안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럽게, 또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공포가 그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것 같다.
남한의 군사력과 전쟁 수행능력은 북한보다 우월하다. 전쟁도 기본적으로 경제력에 비례한다. 돈이 있어야 무기도 개발하고 수입할 수 있다. 군인들의 복지도 돈이 해결한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북한보다 10배는 많을 것이다. 우리 군대의 인건비가 높은 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국방비는 북한을 압도한다. 그들이 두려워서 미군이 남한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논리는 북한 포비아(phobia)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미군 주둔으로 인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세계 초강대국 군대가 있으니 북한이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주한 미군이 북한의 전쟁 의욕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군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마마보이 심리와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