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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기분으로서의 불안(2)

 

어제 말한 섬뜩한 기분, 또는 아주 낯선 느낌, 또는 거룩한 두려움은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지만 대다수는 그걸 외면한다. 순간적으로 그런 느낌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너무 낯설기 때문에 거기로부터 도피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부모를 피하는 것과 비슷하다. 박찬국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존재는 불안에서 드러난 섬뜩한 세계를 감내하지 못하고 세계 내의 존재자들에 의지하고 매달리게 된다. 즉 현존재는 돈이나 가족 혹은 국가나 민족 혹은 전통적인 종교의 신 등에 의지하고 매달리면서 자신의 삶을 공고하고 안전한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현존재가 많은 돈을 벌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이러한 존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존재는 항상 존재자들이 자신의 소망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현존재는 일상적인 세계가 친숙하고 아늑한 세계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이러한 친숙한 세계의 이면에서는 불안에서 드러나는 섬뜩한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며, 바로 이 때문에 일상적인 세계도 현존재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두려움은 세계에 퇴락해 있는 비본래적인 불안이며 그 자신에게는 감추어져 있는 불안인 것이다.

섬뜩하다는 기분을 우리는 우선 대부분의 경우 실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퇴락과 일상적 공공성이 우세한 상황에서 본래적인 불안은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이것보다 더 드문 것은 불안이라는 현상의 실존론적, 존재론적 구성과 기능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그렇게 드물게 행해지는 이유들 중의 일부는 현존재의 실존적인 분석 일반을 게을리 한 데, 특히 심정성의 현상을 오인한 데 있다(253).

 

성경은 낯설고 섬뜩한 경험의 밝은 부분을 하나님이나 천사나 천국으로, 어두운 부분을 마귀나 스올이나 지옥으로 묘사했다. 반대 개념이지만 충격적인 경험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비본래적인 불안은 어두운 부분이고, 본래적인 불안은 밝은 부분이다.

인간이 섬뜩한 기분을 감내하지 못하고 대신 매달리는 존재자들 중에 전통적 신도 포함된다고 하이데거는 본다. 그가 말하는 그 신은 기독교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신 개념이다. 교회와 신자들의 신 이해가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원래 성서의 하나님은 그런 대상이 아니다. 하이데거가 교회 현상으로 나타난 하나님 표상과 성서의 하나님 표상을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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