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낭비

Views 1578 Votes 0 2016.03.16 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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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낭비

 

노동자의 일 년치 연봉에 해당되는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부은 마리아의 행위는(12:1-8)는 파격적이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걸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게 낫다는 유다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 향유가 혼수품이라면 결혼을 포기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교에서 나는 마리아의 행위를 거룩한 낭비라고 표현했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현대인들이 혐오하는 낭비지만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거룩한 낭비다. 이런 게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다. 교회에서 모든 불합리한 것들을 믿음이라는 말로 처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거룩하다는 말은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차원을 가리킨다. 마리아는 예수를 통한 생명 구원을 그런 행위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여기서 이 행위의 또 다른 관점을 짚고 싶다. 마리아만이 아니라 우리도 결국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낭비해야 할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아무리 버텨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죽음의 순간이다. 그 순간에 우리의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무()가 된다. 인생은 모든 것이 무가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게 분명하다면 살아있는 동안에 모든 것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게 몸에 익숙해야 모든 것을 잃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우리는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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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옥답

2016.03.17 12:25:02

예수님을 유월절 어린양으로 묘사하는 요한복음 기자의 영적인 시각없이

단순히 마리아의 행동을 본 받으라는 식의 말씀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경험한 진리, 그 진리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을 상대화 할 수 있는 시각을

저 또한 경험하고 싶네요...

요즘 처조부님 장례식, 회사 교육으로 녹취를 못했습니다.

돌아가면 부지런히 진도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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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3.17 22:15:00

예, 어려운 일도 있었고,

바쁜 일도 있었군요.

예수를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경험한다는 게

기독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문제는 이것을 단순히 교리나 문자로가 아니라

실질로 이해하고 믿고 하나 되는 게 간단한 게 아니라는 거지요.

우리 삶에서 남아 있는 시간 동안

그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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