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4일
엄청난 힘
어제 언급한 충만(充滿)이라는 말이 관념적이어서 실제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기도 하고, 오해의 소지도 크다. 충만은 하나님 경험이라고 해도 좋다. 어떤 것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다른 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할 때 그 어떤 것은 하나님 외에는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아무리 열정적이라고 해도 충만에 이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교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충만은 ‘내가 판단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비밀한 방식으로 내 삶을 가득 채운다는 뜻이다.’ 여기서 엄청난 힘은 곧 하나님이다. 틸리히의 용어로 바꾸면 ultimate reality(궁극적인 현실성)이고, 판넨베르크 용어로 바꾸면 Die alles bestimmende Wirklichkeit(만물을 규정하는 현실성)이다.
이 엄청난 힘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은 다른 것으로부터 자유롭다. 그게 하나님 경험이다. 구약 사람들은 주변의 막강한 정치 세력에 압도당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을 규정하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지금 우리가 자본의 막강한 힘에 지배받는 것처럼 성서의 사람들도 바알숭배를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런 상황을 뚫고 나간 사람들이 선지자들이다. 선지자들의 외침이 민중들의 영혼을 각성시키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에는 공허한 울림이 되기도 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엄청난 힘을 경험했다. 죄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힘을 실제로 느끼고 믿는 사람은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게 바로 신약성경이 가리키는 복음의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죄와 죽음을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은 죄가 만연하고 죽음에 무감각한 곳입니다. 이 현실을 감당하기가 힘들고 장애가 많습니다. 이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꾸 외면하고 회피하게 되는데 건강한 영성과 자아로 이겨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