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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8일
Agnus Dei
설교에서 간단하게 설명한 것처럼 유대인들은 유월절에 양을 잡는다. 출애굽 당시의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초기 기독교는 유대인들의 유월절 양 잡는 전통을 예수의 죽음과 연결해서 받아들였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예수는 Agnus Dei(하나님의 어린양)이다.
인간 역사에서 벌어지는 온갖 재난과 재앙과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하나님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카인』의 표지 그림이 바로 그 어린양이다. 네 다리가 하나로 묶여 있다. 곧 목숨이 끊길 운명에 처한 것이다. 기독교는 예수가 바로 그런 운명에 떨어진 양이라고 본 반면에 사라마구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라고 본 것 같다.
기독교가 예수를 유월절 어린양으로 본 것은 인간에게 임하는 재앙과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나 몰라라 한 채 관념적인 구원만을 선전하려는 게 아니라 인류 구원의 깊이를 뚫어본 것이다. 이 세상에 정의와 복지를 실현해서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온다고 해서 인간이 구원받는 건 아니다. 기독교는 죄의 용서가 바로 구원의 유일한 길이라고 보았다. 그것은 곧 죄가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존재론적 특성이라는 뜻이다. 죄를 용서받는 길은 예수의 십자가를 믿는 것이다. 그가 바로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이 실질적으로 공감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