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마음 비우기
우리집 옆 마당에 자그마한 텃밭이 있다.
몇 년 동안 그곳에 채소를 심어서
그런대로 싱싱한 먹을거리를 거둬들이는 재미를 보았다.
시행착오도 몇 번 거치니까
이제는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감이 약간 잡힌다.
진작 밭을 정리해야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작정하고 텃밭으로 나갔다.
이 모습이다.
흉하다.
특히 저 검은 비닐이 그렇다.
저게 없으면 매일 김매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비닐을 깔아야 한다.
저건 한번 쓰고 더 이상 못 쓴다.
걷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지난주에 한번 밭에 나가서 몇 시간에 걸쳐
대충 정리한 게 저 정도다.
겨우내 말라붙은 방울토마토, 가지, 깻닢, 오이 줄기를
다 뽑아내고 지지대로 뽑아냈다.
이제 저걸 다 갈아엎어서 흙은 고르게 해주고
퇴비를 골고루 뿌려줘야 한다.
두 시간쯤 곡괭이를 들고 설쳤는데
비닐 제거 잡업도 다 하지 못했다.
마른 풀 태우는 작업으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탓이다.
사진 위 부분에 검게 나오는 곳이
불탄 자국이다.
왼편에 마른풀 무더기가 있는데,
여기저기 긁어모으면 아직도 마른풀이 많이 남아 있다.
아래는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림자는 내 모습이다.
두 시간만 움직였는데도 몸이 정상이 아니다.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자칫 잘못 디디면 발목이 시큰하고
무릎도 시큰 거리는 순간이 있다.
더 이상 일하다가는 아무래도 몸이 고장 날 거 같이
게으른 농부가 지혜로운 농부라는 확신을 갖고 서재로 올라왔다.
아래는 앞마당 마른풀 태우는 장면이다.
앞마당 크게 염려가 없지만
첫 사진에 나오는 텃밭은 산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불길이 옮아 붙을까 걱정이 되어
아예 수도꼭지에 연결된 호수를 준비해놓고 처리했다.
엄살떨듯이 설명했는데,
텃밭 가꾸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호기심으로 옆에서 거들던 집사람이
이제는 아예 내다보지도 않고,
두 딸들은 다른 식구처럼 행동하니
몽땅 내 몫이다.
할 수 없다.
수도승처럼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텃밭과 놀아야겠다.
텃밭아, 함께 그냥 놀자!
정말 마음을 비워야 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삭막한 도시를 떠나 작은 텃밭을 일구며
소박하게 사는 게 작은 소망 중에 하나였는데
오늘 포스팅을 보니 꿈이 와장창이네요~ ㅎㅎㅎ
제가 홍삼을 의지해야 하는 허약체질인데
아내는 저보다 더 하고, 아이들은 파리만 봐도 기겁을 하거든요.
당분간은 목사님을 통해 대리 만족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는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