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

Views 1309 Votes 0 2016.04.09 21: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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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요즘 내가 꽃향기에 취하는 장소가 두 군데다. 하나는 우리 집 마당이다. 시간이 날 때 운동 삼아 마당에 나가 잡풀을 뽑기도 하고 나무의자에 앉아서 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은은한 꽃향기가 매혹적으로 전달된다. 매화는 다 끝났고, 왕자두 꽃이 한창이다. 매화보다 왕자두 꽃의 향기가 더 진한 듯하다. 봄철 잠시 나눠주는 향기만으로도 내가 그 나무들을 돌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른 한 군데는 테니스장이다. 내가 나가는 테니스장은 영천시립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여러 스포츠 시설이 갖춰진 단지 안에 있다. 야산이 병풍처럼 주위를 빙 둘러 감싸고 있다. 그 야산에 여러 꽃나무들이 있다. 꽃향기가 테니스 모임이 시작되는 저녁에는 밑으로 내려온다. 동호회원들 중에는 그 향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테니스에 몰입하느라 아예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인생에서 꽃향기를 가장 강렬하게 경험한 순간은 36년 전인 19805월 어느 날이다. 당시 나는 광주보병학교에서 군목훈련을 받고 있었다. 5.18이 일어난 그 해다. 야외 사격장에서 사격 훈련을 마치고 짜증스런 기분으로 행렬을 맞춰 돌아오는 어느 들판인가 야산에서 아카시아 꽃향기에 정신이 번쩍 든 경험이 있다. 존재 경험, 우주 경험이 아니겠는가. 좀 있으면 송홧가루가 천지를 덮을 것이다. 기대가 된다.


은나라

2016.04.10 03:02:10

목사님 글과 설교는 실로 꿴 구슬 같습니다..

어느 한순간의 꽃향기의 경험을 존재경험으로, 우주 경험으로 연결시키시는 방식..이요.

부활-죄사함-자유와 평화-증인-우리의 존재방식으로 연결되는..

결국은 예수그리스도와 하나되는 교회로 연결되어지는..

그래서 목사님글과 설교는 참 감사한 은혜입니다.

하나님을 더 알고싶고 더 깊이 경험하고 싶거든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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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4.11 21:40:52

제 글이 은나라님으로 하여금

하나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게 했다면

이게 다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staytrue

2016.04.11 10:36:12

봄날이라 그런지 온통 

꽃사진에 

꽃이야기에 

꽃에 대한 찬미에 

온통 꽃잔치네요 ... ^^


저도 좋아하는 벚꽃이 피는 봄날이라 기분이 두둥실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궁창냄새에서는 우주를 느끼지는 못할까요? 

똥밭에서 구르면서 하나님을 찬미할 수는 없는걸까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나지만, '쓰레기통을 뒤지다 보면 향기가 난다' 는 

김기덕 감독의 말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연꽃은 진흙위에 피고, 예수는 쓰레기통속에서 죽임당했다 부활했으니 ... ㅎㅎ


어차피, 세상사 개취(개인취향) 라, 저의 이런 산통깨는 댓글도 취존(취향존중) 받고 싶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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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4.11 21:43:08

당근이지요.

똥과 거름 냄새도 우리를 정신 바짝 들게 합니다.

다만 결혼식에 왔으면 죽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처럼

꽃향기 잔치에 왔으니 똥 냄새를 말하지 않을 뿐,

다 존재론적으로 동일한 무게를 지니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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