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
노예의 영성
예수는 요 13:14,15절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긴 자신의 행위가 제자들에게 본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세족식이라 일컬어지는 이 사건은 요한복음만 전한다. 예수가 실제로 그런 일을 했는지는 그렇게 확실하지 않지만, 요한복음 기자가 이를 통해서 말하려고 하는 게 뭔지를 정확하게 찾기만 하면 성경 읽기로서 충분하다.
설교에서 나는 세족 행위를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노예의 영성이라고 말했다. 당시에 이런 일은 노예들에게 주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노예에 대한 의견은 대개가 부정적이다. 인간다움의 기본적인 요소를 모두 상실한 이의 모습으로 여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예나 종, 또는 머슴들은 다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미국의 지난 역사에서 흑인 노예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내가 말한 노예 영성은 그런 것과 전혀 차원이 다르다. 사사로운 마음이 전혀 끼어들지 않은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 설교에서 나는 두 가지 예를 들었다. 하나는 어린아이를 목욕시키는 어머니의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 행위를 하고 있는 예술가의 마음이다. 그들은 무념무상으로 아이를 목욕시키고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한다. 교회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영성이 바로 이것이다. 이게 은사의 본질이기도 하다.
노예의 영성을 무조건적인 무저항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노예의 영성에는 사사로움이 끼어들지 않는 때문에 오히려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힘이 나올 수 있다. 본회퍼가 말했듯이 순종과 저항은 동일한 근원에서 나오는 삶의 힘이다.
성경에는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실제 발생한 겻처럼 서술한 부분이 꽤 있나 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하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