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세월호 참사 2주년
나이가 들면 무감각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예민해진다. 물론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쉽게 체력이 고갈되는 걸 보면 육체가 늙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삶 자체와 세상에 대한 안목은 예민해진다. 이런 점에서 늙음은 삶의 완성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 해도 된다.
금년 4월은 더 할 나위 없이 즐겁다. 지난날 느끼지 못했던 세밀한 것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온다. 하늘, 구름, 바람, 별, 달, 흙, 나무와 꽃, 나비와 벌, 각양의 색깔들, 흔들리는 것들, 고정되어 있는 것들, 꽃향기와 거름냄새,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신비로움이 4월을 맞아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4월은 찬란하다.
이 찬란하고 가슴 뭉클한 4월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니, 엘리어트가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 게 헛말이 아니다. 2년 전 오늘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날이다. 어떤 이들은 단순한 해상사고라고, 크게 보상을 받았으면 유가족들은 입을 다무는 게 옳다고 말한다.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집단이 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어처구니없을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주장들이다.
국가는 두 가지를 책임적으로 처리해야만 했다. 하나는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밝히고 구조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도 밝히고 책임자를 확실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와 비슷한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게 속 시원하게 밝혀졌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풀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비록 유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해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우리는 아는 게 없다. 작년 언젠가 국회 연설하러 가다가 국회 건물 입구에서 애절하게 울부짖는 유가족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간 대통령의 모습만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유가족들의 원한만 깊어질 뿐이다.
눈물이 난다. 한쪽으로는 4월이 주는 느낌이 너무 황홀해서 나오는 눈물이고, 다른 한쪽으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눈물이다. 비가 내린다.
유가족 분들은 이 세상에서 맨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요.
망망대해에 2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수장시킨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가 악이라 부르는 것들 인가요.
인간의 목숨이 파리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은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할까...
온갖 이론만 난무하지만 충분히 설명이 안되는 것 투성입니다.
모르겠다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