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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인 우리는 예수가 누군지 알고 있을까? 예수를 통해서 생명을 얻는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경험했나? 이론적으로 설명하거나 대략적인 느낌으로는 우리에게 그런 경험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주 실질적으로 경험하면서 삶의 능력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예수가 교리의 대상으로 떨어져서 생명의 현실성(reality)으로 경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수를 종교 상품으로 대하느라 목사의 실존과 예수는 분리되었다. 이 대목에 악순환이 자리하고 있다. 예수가 교리의 대상으로 떨어져서 목사는 목회 행위에 과도하게 휩쓸리고, 과도한 목회 행위에 의해서 목사는 다시 예수에게 실질적으로 접근하지 못한다. 인생살이에서 돈벌이에만 집중하면 결국 삶의 본질을 외면하게 되는 거와 같은 이치와 같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예수는 누군가? 나는 예수를 통해서 생명을 경험했을까? ‘주는 그리스도이며 살아있는 하나님의 아들’(마 16:16)이라는 사실을 내가 실제적으로 경험했을까? ‘아멘’으로 대답하는 것으로 해결된다면 간단하긴 하겠지만 아무리 큰 목소리로 ‘아멘’을 외쳐도 그것이 자기 구원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구원 경험은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거꾸로 말해서 우리가 구원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죄와 죽음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우리는 죄와 죽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이게 우리의 딜레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실존에서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 불가능하며, 다른 한편으로 기독교 신앙에서 그 해방은 당위다. 목사만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은 이런 딜레마를 안고 산다. 그걸 부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아도 외면하는 사람이 있다. 목사는 신자들에게 그 딜레마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