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44)

조회 수 939 추천 수 0 2018.03.02 21:04:27

(44)

우리가 실제의 몸으로 살아있는 한 몸으로부터의 구원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런 몸을 지닌 채 세상을 살아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몸의 구원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인가? 어떤 이들은 영혼 구원이라는 말에 근거해서 몸에 대해서 신경을 끄고 영혼만 생각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영지주의 신앙이다. 한국교회는 대부분 이런 영육 이원론에 토대한 영지주의 신앙에 기울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영지주의 신앙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

내가 보기에 몸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최선이다. 몸은 감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감각만 말하겠다. 하나는 보는 것이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봄에 돋아나는 풀을 본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먹구름과 소나기를 본다. 갓난아기들의 미소를 보고, 찬송을 부르는 교인의 평화로운 모습도 본다. 큰 것만이 아니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작은 것들도 봐야한다. 볼 게 무진장하게 많다. 봄으로써 나는 내가 몸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절감하다. 다른 하나는 듣는 것이다. 지구에는 온갖 소리가 가득하다. 그걸 내가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절간에 풍경을 다는 이유도 소리에 대한 존재론적 경험이 삶에 대한 깨우침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나무 숲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바람이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그 외에 촉각도 가능하고, 후각도 가능하다. 인생살이에서 이런 감각이 깊어지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은 별로 많지 않다. 이런 감각을 첨예화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문제는 누구나 다소간에 이런 감각들을 느끼기는 하지만 이것을 삶의 중심으로 삼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현대인들이 다른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의 경우에는 이런 몸의 감각을 신앙과 상관없거나 신앙에 배척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우리의 몸을 창조하셨다는 말은 몸의 감각도 역시 하나님의 창조에 해당된다는 뜻인데도 말이다. 몸의 감각은 창조 영성에 속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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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2018.03.03 10:33:48

몸의 감각기관이 반응하는 순전함 처럼,

자신의 영적반응도 예민하게 반응은 하는데, 

반응의 결과와 괴리된 실존의 모습이 극복 안되는 아픔으로

쌓여만 갑니다.. 때가 이르기 전 청산이나 가능할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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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3.03 18:49:34

하늘 님이나 저나,

그리고 다른 모든 기독교인들도

신앙적인 자아와 자연적인 자아 사이에 끼어 있기에

구원을 완전히 이룬 게 아니라 이루어갈 뿐입니다.

거룩한 고민이 있어야만 진보가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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