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46)

조회 수 1248 추천 수 0 2018.03.06 21:20:26

(46)

실제의 삶에서 궁극적인 구원과 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설명하는 중이다. 앞에서 몸의 한계를 말했다. 그 한계가 역설적으로 몸의 구원에 가깝게 가는 조건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몸은 여전히 구원을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여전히 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목이 마르고, 배도 고프고, 아프기도 하고, 그리고 점점 노쇠하면서 죽음으로 향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사람 관계에서도 나는 구원 받은 사람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게 많다. 흔히 말하듯이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 살고 싶기는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교양 있는 사람이기에 모든 이들에게 가능한 호의적으로 대하지만 속으로는 가까이 가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분리된다. 어떤 사람과는 말을 섞고 싶지가 않다. 인간적으로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코드가 맞지 않으면 마음이 쉽게 가지 않는다. 신앙적으로 문자주의에 떨어져서 고집을 피우는 목사나 신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내가 어리거나 젊은 시절에 나를 무시하던 사람들과도 화해하기는 어렵다. 자주 만나서 불편한데도 불편하지 않은 것처럼 지내기보다는 그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는 게 나에게는 최선이다. 천국에 가서 그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목사로서 속이 너무 좁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보자. 어느 노숙자가 우리 집을 찾아와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싶다고 했다. 나그네와 과부와 고아를 돌보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목사로서 나는 당연히 그를 따뜻하게 맞아들여한다. 목욕할 수 있도록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갈아입을 옷도 챙겨주고, 냄새 나는 그 사람의 옷은 세탁해야 하고, 밥을 준비하고, 내 침대를 양보해야 한다. 마음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실제 부닥치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우리 집에서 머무는 건 어려우니 가까운 숙소를 알아봐주겠다고 말할 것이다. 돈을 주든지 아니면 직접 숙소를 알아봐줄 수는 있다. 이렇게 일상의 작은 일에서도 성경 말씀대로 실천하지 못하면서 구원받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분의 은총과 자비가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레벨:15]은성맘

2018.03.07 09:15:14

이렇게 솔직히 말해주실수 있는 목사님이 얼마나 될까요?

늘 일상과 구원을 향하여가는길 사이의 큰 간극때문에 괴로워하고 다시 힘얻고 자유함을 추구하려하나 육체의

고민과갈등에 또 발목잡히고...저의 일상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데,,,

 위에 올려주신 글을 보고 다소 위로받았다고 말씀드려도 괜찮을지..

매일 매일 나의 삶 자체속에 들어와 일하시는 하나님을 느끼지만 나의 의 가 너무 강함도 역시 동시에 느끼는것은

모순 인건지...혼란스러울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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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3.07 18:26:46

'나의 의가 너무 강'하다는 은성맘 님의 고백은

하나님의 의를 향한 갈망이 꿈틀댄다는 증거입니다.

한평생의 일상을 서두르지 말고 나태하지도 않게,

교만하지 않고 자책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낮은 단계로 만족하지 않고

너무 높은 단계로 인해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형편에서 구도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게 최선으로 보입니다.

그분의 은총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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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18.03.07 15:13:38

성직자로서의 제한적 삶보다는 일반 신자로서가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요즈음 들어 자주 합니다.

내 일상생활 속에 영성을 찾는 것이 조금은 어려워도 더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보아 집니다.


사랑채에 올리기 뭐해 링크 겁니다.

요 얼마전에 성공회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자주 일어나, 거칠지만 제가 쓴 두개의 글입니다.

1. http://cafe.daum.net/anglican-church/LSMw/1880


2. http://cafe.daum.net/anglican-church/JPWw/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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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3.07 18:27:59

새하늘 님이 링크해놓은 글을 잘 읽었습니다.

성공회가 자정 능력을 잘 발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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